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jpg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부모를 본 적 있다. 길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을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고생하는 거야.” 그 엄마뿐일까? 한 인강 강사는 “공부 안 할 거면 지이잉~ 용접 배워가지고 저기 호주 가야 돼.”라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많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이 말은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발언해 ‘명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는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 맞다. 그럼에도 왜 부모는 아이에게 그런 소릴 하고, TV에 나와 명언 소릴 듣는 걸까?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이상이다. 그런 태도까지 갖출 순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돈은 직업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부모와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한다. 노력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자신의 능력과 노력 덕분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고생했으니 성공으로 인한 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착각이라면?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이러한 착각이 ‘능력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능력주의는 동등한 기회를 가진 세상에서 경쟁에 이긴 사람, 즉 능력 있는 사람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핏 들으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샌델은 이 생각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1)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커서도 가난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위 만화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부유한 부모는 자식들에게 많은 혜택을 물려줄 수 있지만, 가난한 부모는 그럴 수 없다.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빈부격차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게 된다. 이래도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성공이 교만을 부른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공익을 좀 먹는 원칙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승자를 교만의 길로 인도하고, 패자에게 굴욕을 남기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노력해서’, ‘내 능력으로’ 성공했다고 믿게 한다. 반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멸시해도 된다고 여긴다. 심지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공에서 노력과 능력만 작용한 걸까? 운의 영향은 어떨까? 한국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어 큰돈을 벌게 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의 성공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까,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까?

 

하나만 따져보자. 그가 전 세계의 넓은 땅덩이 중에서 한국 정도의 선진국에 태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만약 전쟁 중인 국가에서 태어나도 지금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사실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성공한 사람들, 능력주의 지지자들은 운과 환경의 영향력을 쉽게 간과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배운 만큼 번다.”,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어.” 엘리트 부류는 이러한 충고가 모욕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능력주의 엘리트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이는 사회적 분열을 야기한다.

 

 

마틴 루서 킹은 이렇게 말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은 의사만큼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질병들이 만연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모든 직업은 고귀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고귀함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돈이라는 현실만 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 사회를 분열시키고 병들게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겸손할 필요가 있다.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이라고 여기는 안일한 본성을 뛰어넘어야 한다. 잘 될수록 환경과 운의 영향을 돌아볼 줄 아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가혹한 능력주의에서 우리를 해방하고, 세상을 보다 공정한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아래 영상은 한글 자막을 켜고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1) On A Plate, Toby Morris (링크)

2) 금수저와 돌수저 차이를 그린 만화.jpg (링크)

3) The tyranny of merit | Michael Sandel, TED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