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잔소리를 싫어한다. 심지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잔소리도 싫어한다. 사실 잔소리 대부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공부해라. 운동해라. 건강하게 먹어라. 잘 들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소리에 귀를 닫고, 엄마 말에 따르면 ‘그냥 그렇게 막산다.’ 왜 우리는 잔소리를 들었을 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기분이 나빠지는 걸까?
1) 고의적인 무지
사람들은 칭찬을 바라지, 비판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골라내는 건 생각보다 많은 인지 능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선생님의 지시를 완전히 무시하는 학생, 의사의 조언을 피해 병원을 가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TAA 결핍증이라는 심각한 질병에 관한 교육용 영상을 보게 한 뒤, 한 그룹에게는 2주간 약을 먹으면 치료할 수 있다고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TAA 결핍증이란 질병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이 끝난 뒤 TAA 결핍증 진단을 받겠냐는 제안에 2주간 약을 먹으면 된다고 들은 학생들은 52%가 검사에 응한 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들은 학생들은 21%만 검사에 응했다고 한다.
즉, 사람들은 무언가 어렵거나 성가신 일을 하라는 조언에 특히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고의적으로 모르고자 한다. 안타깝지만 많은 잔소리가 어렵고 성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밥 먹고 양치하는 것만큼 성가신 일이 또 있을까? 1시간 산책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반어법인 거 아시죠잉?)
2) 책임 전가
“Thanks for the feedback”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조언할 때는 듣는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을 때는 말하는 사람이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는 것만 같다.”
잔소리를 걸러내고, 그로부터 자존심이 상하는 걸 막기 위한 효과적인 자기기만 방법이 바로 ‘책임 전가’다. 잘못은 내게 있는데 다른 엉뚱한 곳을 탓하는 것이다. 나아가 내가 저지른 잘못의 책임을 내게 조언을 건네는 사람, 즉 잔소리하는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워털루대학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들었던 수업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평가를 종합해봤더니, 나쁜 학점을 받은 학생일수록 해당 교수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나쁜 학점이라는 결과의 책임을 교수와 나누려 한 것이다. 이는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에게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경향이었다.
3) 잔소리를 잘 받아들이는 방법 : 감정적 방패
TAA 결핍증에 관한 실험에서, 자신에 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이나 과거에 일이 잘됐던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검사에 응할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높은 자존감을 경험해 본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조언에 열린 자세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보여준다.
이를 활용하면, 듣기 싫지만 도움이 되는 잔소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조언을 듣기 전에 과거에 조언을 들어서 긍정적인 결과가 얻었던 기억을 떠올려보거나, 조언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적 방패를 착용한다면 멘탈을 지키면서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Why even the best feedback can bring out the worst in us, BBC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