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건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에 하나는 ‘공무원’이 아닐까. 물론 지금도 안정적이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만, 그 세계에서 진짜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공무원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걸핏하면 ‘내 세금으로 너희가 월급 받는 건데….’라며 시민의 권리를 운운하는 악성 민원인들은 공무원들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마저 저버리게 했을까?
이는 비단 위 공무원의 사례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도와주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줄곧 배워왔고, 나의 도움으로 타인이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중요한 건 마냥 타인을 위한다면 자칫 ‘호구’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기브앤테이크’에서 자신과 타인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라고 말한다. 바로 ‘불 지피기 전략’이다.
* 불 지피기 전략
불 지피기 전략은 타인과 자신의 이익을 모두 고려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무작위로 다섯 가지 선행을 베푼다고 한다면 ‘불 지피기 전략’은 이 5가지 행동을 묶어 하루에 다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도와주는 방식을 지양한다. 이것은 대단히 산만하고 체력 소모가 큰 데다 집중력과 에너지를 빼앗길 우려가 크다. 혼자 일하는 시간을 확실히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 망을 형성해 필요할 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저자는 성공 사다리에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도 타인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고 사다리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도 타인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타주의자’가 돼야 할 것인가. 공무원 6개월 만에 번아웃 위기를 맞은 공무원 얘기를 보면서 공무원 업무상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진정한 배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참고>
1) 반년만에 흑화한 여자공무원, 더쿠(링크)
2) 기브앤테이크, 애덤 그랜트, 생각연구소
3) 썸네일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시간’ 캡처,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