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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지하철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보면 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시들을 보게 된다. 유명한 작가의 아는 시가 나오면 반갑다. 시인이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명 시인의 문장이 퇴근길 고단한 삶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마냥 위로해줘 고마운 마음뿐이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8,000대 1을 통과한 시’라는 제목으로 캡처 화면이 올라왔다. 이 시는 파리 지하철 공사에서 공모한 시라고 한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자기가 걸어온 길에 새겨진 발자국이라도 보면서 걸으려고 했을까. 필자의 생각에, 이 시가 8,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1등이 된 이유는, 바로 현대인의 삶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건 차고 넘치지만, 마음 한구석은 사막처럼 황량한,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나를 태울듯한 고통만이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시는 류시화 시인이 세계 각국의 시들을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소개됐다. 류시화 시인은 2016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시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 시를 쓴 오르텅스 블루는 처음엔 자신이 쓴 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세상에 공개되기를 꺼렸다. 하지만 류 시인을 대신해 그녀를 찾아간 친구가 입술만 붉게 칠한 자화상을 칭찬하자 그녀는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과거를 보여준 것이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온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친구에게 시의 게재를 허락했고,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도 그녀의 마음처럼 ‘너무도’ 세글자로 차마 담아내지 못할 외로움을 견디거나 위로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시 한 수,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종종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땐 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쪼록 누구보다 뜨겁고 또는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르텅스 블루의 시가, 또는 오늘 하루 찰나의 순간 마주한 한 줄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참고>
1) 8000대 1을 통과한 시 , 웃긴대학 (링크)
2) 류시화 시인 페이스북 (링크)
3) 3) 썸네일 이미지 출처 : https://worldinparis.com/paris-by-metro-guide-parisian-metro-paris-tickets-paris-metro-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