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자주 싸울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1.9회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는 부부싸움 외에도 직장 내 갈등이나 우연에 의한 싸움까지 있으니, 아마 실제 싸움 횟수는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주 2회라니,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싸우는 듯하다. 따라서 잘 싸우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필수 처세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싸우는 게 잘 싸우는 것일까?
1) 싸움은 필연, 미루지 않는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일란성 쌍둥이는 예외라고 생각하겠지만, 두 사람이 똑같은 것도 유전자뿐이다. 그들이 살면서 겪은 경험은 비슷할지언정 분명히 다르다. 즉, 사람은 서로 다른 유전자를 타고나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온 ‘고유한’ 존재다. 따라서 의견 대립은 필연적이다. 싸움은 필연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싸움을 나쁘게만 보고 무조건 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분위기를 봐서 일시적으로 싸움을 피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의견 대립을 봉합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걸 계속 미루기만 하면 갈등이 커지기만 할 뿐이다. 따라서 싸움이 필연이라는 걸 인식하고, 웬만하면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싸움의 목적은 윈-윈이다
당신은 이종격투기 선수가 아니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당신이 싸워서 상대방을 이기면 좋을 것 같은가? 그로 인해 상대와의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그거야말로 손해다. 현실의 싸움은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한다. 따라서 최고의 결과는 나도 상대도 승리하는 윈-윈이다. 어느 한 쪽이라도 패배자가 나오는 순간, 그 싸움은 망한 싸움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가 갈려야 한다면, 가급적 이겨라. 이겨도 등신, 져도 등신이라면 이기는 등신이 되는 게 낫다)
3) 상대를 불안하게 하지 마라
싸움의 목적이 윈-윈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상대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부싸움 도중 이혼을 들먹인다거나, 비슷하게 상대를 협박하는 모든 발언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말 때문에 불안을 느끼면 상대는 투쟁-도피 반응이 발동하고, 싸움의 목적을 잊은 채 오로지 이기는 것만 따지는 비이성적인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그런 반응을 마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가 된다.
4) 상대를 존중하라
상대를 불안하게 하지 않고, 윈-윈이라는 목적을 잊지 않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는 당신과 의견이 다를 뿐이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멍청하거나 악의를 품고 있는 게 아니다. (그래 보이는 경우가 많겠지만, 아니다)
반대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다음 4가지 태도를 보이면 싸움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비협조적 태도가 그것이다. (이 태도는 이혼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알려져 있다)
5)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싸우는 이유와 목적(윈-윈)에 집중하라. 상대의 성격, 지능, 인성 등을 따지기 시작하면 인신공격에 빠질 위험이 크다. (당신은 원래 그런 인간이지!) 특히 부모나 가족까지 들먹이는 짓은 절대 하지 말자. 그러면 결론은 당연히 파국이다.
6) 기억을 가지고 싸우지 마라
“그때, 그랬어, 안 그랬어?”라는 식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싸움이다. 왜냐하면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주관적이다. 똑같은 경험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한다. 그런 불완전한 것을 근거로 싸우면 절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싸움 도중 기억을 따지는 단계에 이르면, 논점을 바꾸거나 그냥 싸움을 멈춰라. 그 싸움은 싸울 가치가 없다.
7) 취향을 두고 싸우지 마라
기억을 가지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련한 싸움이 취향을 두고 싸우는 것이다. 콩나물 대가리 때문에 이혼했다는 부부 이야기는 이제 전설처럼 남았다. 이 싸움의 해답은 간단하다. 둘 다 옳다. 취향에는 우열도 없고, 옳고 그름도 없다. 따라서 싸울 이유도 없다. 만약 부먹/찍먹 가지고 싸울 것 같으면 차라리 탕수육을 2개 시켜라. 그것 가지고 싸우느라 낭비할 인지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탕수육 2접시가 훨씬 더 경제적이다.
8) 타이밍이 중요하다
언제 싸우느냐는 싸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중 하나다. 특히 상대의 기분과 컨디션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배고플 땐 싸우면 안 된다. 배가 고프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따라서 싸움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싸우기 곤란한 상황, 특히 상대방이 예민해지는 상황(상대의 직장 상사와 함께 있다거나)이라면 싸움을 피하는 게 좋다.
9) 의자와 커피를 준비하라
싸움이 의견 대립이라면, 다른 말로 설득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의자와 커피다. 서 있는 사람보다 앉아 있는 사람이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커피나 차를 마셔도 설득이 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즉, 최대한 포용적인 자세를 갖추도록 환경을 조성하라는 말이다.
10) 절대로 선을 넘지 마라
용에게는 ‘역린’이라는 비늘이 있다. 이를 건드리면 용이 불같이 화를 내고 미쳐 날뛴다고 한다. 사람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다. 우리는 이를 선이라고 부른다. 절대로 이 선을 넘어선 안 된다. 문제는 이 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친한 사이라도 잘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실수로 선을 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웬만하면 사과하도록 하자. 선 안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올바른 싸움을 이어갈 수 없다.
부부관계로 살펴보는
인간관계론 끝판왕
참고
1) 책 <결혼학개론>
2)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아는 와이프>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