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살면서 쌓는 경험치를 정확하게 수치로 따지면 어느 정도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조심해야 하는 마음가짐 중 하나가 바로 ‘내 감각으로 경험한 것을 세상의 전부’인 양 보는 태도다. 그리고 내 경험이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될지언정, 내 경험으로 타인의 선택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심스러움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타인에게서 어떤 고민을 들었을 때, 그것이 내가 경험한 것과 같거나 비슷하다면 당장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상대방 역시 내 경험을 모범 답안으로 삼아 행동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이것이 심해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허지웅 작가의 인스타 피드가 화제다. ‘군대 휴대전화 사용 허용 이후, 병사들의 극단적 선택과 탈영이 줄었다’는 뉴스를 듣고 쓴 그의 짧은 칼럼이었다. 그의 칼럼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살면서 우리는 갇힌 세계를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게 됩니다. 가정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인 자녀가, 학교가 전부인 학생이, 직장이 전부인 직장인이 혹은 운동이 세상의 전부인 선수가, 밖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구는 자들의 알량한 폭력에 쉽게 굴복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그곳이 갇힌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갇힌 세계에서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도무지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스컴 등을 통해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충분히 보고 듣고 배우고 있지만, 실은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언제든 시간이 지나면 ‘갇힌 세계’가 된다. 인간의 사회적이고 집단지향적 속성 때문이다. 이것이 지나치면 나와 뜻이 다른 개인이나 타인을 배척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역사에 기록된 전쟁과 마녀사냥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갇힌 세계’에 숨통을 트일 방법 또는 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 세라 로즈 캐버너의 저서 <패거리 심리학(원제: 하이브 마인드)>에서는 7가지 교훈을 제시하는데, 이중 윗글과 관련된 3가지 교훈을 소개한다.
1) 더 포용적인 내집단을 구축하라.
2) 사실과 허구를 따지지 말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3) 뜻밖의 것이 발명되고 발견되고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라.
아무쪼록 ‘누구도 고립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 허지웅 작가의 말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 각자는 독립된 개인이자 동시에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을 늘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머리로는 열린 사회를 그리면서, 실제 삶은 ‘나의 영역(공간과 인식 등)’에 포함되는 이들만 수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필요하다. 군대 휴대전화 허용 관련 뉴스에 ‘내 동년배들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야’라는 불쑥 올라온 생각을 다시 되짚어본다.
<참고>
1) 허지웅 오늘자 라디오 오프닝, 웃긴대학(링크)
2) 썸네일 이미지 출처: 허지웅 인스타그램 (링크)
3) 패거리 심리학, 세라 로즈 캐버너 지음, 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