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중에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살까?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화보다는 SNS를 통한 문자 소통이 더욱 활발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그렇다면 말을 하기 이전에 더욱 중요한 건, 바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도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 또는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언급된 ‘한의원이 계속 잘 되는 이유’도 한의사들의 뛰어난 의술보다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잘 들어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고 하면서도 우리의 눈은 TV나 스마트폰을 향해있다. 코칭심리전문가 김윤나 씨는 저서 <말그릇>에서 경청에 대한 2가지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1) 오해 1: 경청은 참고 들어주는 것이다.
경청은 듣기 싫은 이야기도, 관심 없는 말도 그냥 참아내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들으려면 3가지 능력의 조합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 손동작, 자세 등을 읽는 관찰력 ② 이해력과 상황 판단능력, 그리고 ③ 직관력, 상상력, 추리력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력이 저하돼 있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듣기의 기술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에너지가 있을 때 제대로 듣고, 에너지가 없을 때는 회복하는 시간을 갖자.
2) 오해 2: 경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1-2-3 법칙’을 든다. ‘1-2-3 법칙’이란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를 치자는 뜻이다. 저자는 이것이 초기 관계 형성에는 유용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관계를 얕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그랬구나” “그렇구나”만 반복하다 대화를 끝맺게 될 수도 있다. 대화가 도입을 지나 절정을 향해 갈수록 단계에 맞는 또 다른 기술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듯, ‘듣기(경청하기)’는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 의견을 내세우려고 하는 욕구를 다스림과 동시에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대유행병으로 만남이 뜸해지는 요즘, 간만에 소중한 부모 또는 친구 지인을 만난다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보자. 마음의 거리는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참고>
1) 한의원이 계속 잘 되는 이유.jpg, 클리앙(링크)
2) 말그릇, 김윤나 저, 카시오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