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낚시글이 유행을 끌고 있다. ‘어그로’라는 말은 ‘도발, 골칫거리’를 뜻하는 영단어 aggravation에서 유래한 속어로, 사람들을 도발하여 관심을 끄는 행위를 가리킨다. 낚시글과 가짜뉴스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두 번 정도는 참신한 낚시에 재미로 속아줄 수도 있지만, 자꾸 반복되면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사실 이런 어그로 낚시질은 정말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영국에서 왔다는 행운의 편지를 볼 수 있었고 (심지어 한글로 적었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로는 조회수를 노리고 알맹이 없이 키워드만 던지는 블로그에 고통받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SNS로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가짜뉴스와 싸워야 한다.

 

 

그런데 오늘 한 커뮤니티에서 뜻밖의 어그로를 보았다. 브라질의 백만장자 치퀴노 스카르파가 벤틀리를 땅에 묻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도 어이가 없었다. “이집트인들은 보물을 땅에 묻으면 다음 생에 행복할 거라 믿었다. 그래서 나도 벤틀리를 땅에 묻는다.” 당연히 이를 본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소셜 미디어에 해당 내용을 퍼 나르며 욕을 퍼부었다. 사실 이거야말로 가장 완벽한 돈X랄이기에 욕먹어도 싼 짓이긴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의외의 반전으로 이어졌다. 벤틀리 장례식 날, 수많은 기자와 구경꾼이 모인 앞에서 스카르파는 의외의 말을 꺼낸다.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내가 고가의 차를 땅에 묻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철에 불과한 자동차보다 훨씬 소중한 것을 그냥 땅에 묻는다. 바로 여러분의 장기다. 벤틀리를 땅에 묻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왜 여러분의 장기는 그냥 묻으려고 합니까?” 그렇다. 벤틀리 장례식은 장기 기증을 독려하기 위해 꾸며진 낚시 이벤트였던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급반전되었다. 사람들은 스카르파를 칭찬하기 시작했고, 벤틀리 장례식 이후 장기 기증 신청 접수가 전월 대비 31.5%나 상승했다고 한다. 심지어 각종 광고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이를 두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캠페인이 도발적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평범한 캠페인이었다면 이토록 극적인 효과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어그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그로가 캠페인이 성공한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벤틀리 장례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바로 ‘진정성’이다. 만약 벤틀리 장례식의 목적이 특정 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이었다거나, 스카르파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그래도 여론이 칭찬으로 돌아섰을까? 스카르파의 목적은 오로지 장기 기증에 있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성공적인 캠페인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훌륭한 마케터가 되려면 어그로도 갖춰야 하지만, 그 바탕에는 돈만 벌려는 심보가 아니라 고객에게도 도움을 주겠다는 win-win 정신이 있어야 한다. 비록 어그로로 관심을 끌더라도 그 알맹이가 알차서 칭찬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좋은 내용과 어울리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어그로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벤틀리 장례식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나를 포함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나가는 마케터와 크리에이터 분들이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진정성의 힘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 : Dung Producer, 덩PD의 착한소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