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손님 혼내도 되나요?”
먼저 이 질문에 대답부터 하고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근!”
1) 알바란 무엇인가?
알바란 아르바이트의 줄임말로, 본래의 직업이 아닌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한다. 공식 명칭은 ‘시간제 근무’로, 아르바이트라는 말은 독일어 Arbeit에서 유래했다. 독일에서는 정규직이든 시간제든 모두 Arbeit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일본에 들어와 현재 의미를 얻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현재 뜻으로 정착했다. 원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사람을 따로 가리켜 ‘알바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생들이 임시로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결국, 알바란 시간제 근무로 일하는 직원인 셈이다. 사장과 근로 계약을 맺고,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다. 만약 그게 편의점이라면, 사장의 지시에 따라 손님을 접대하고 물건을 파는 게 알바가 해야 할 일이다. 만약 그 계약에 ‘절대 손님을 혼내지 않는다.’라는 항목이 있다면 모를까, 알바에게 손님을 혼내지 말아야 할 이유 따윈 하나도 없다.
2) 손님이란 무엇인가?
그럼 손님이란 무엇인가? 본래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 ‘손’에 ‘님’이라는 존칭어가 붙어 생긴 합성어이다. 현재는 보통 소비자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소비자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을 뜻한다. 편의점이라면 돈을 대가로 지불하고 물건과 서비스를 사는 셈이다. 편의점에서 서비스를 산다는 말에 의아할 수도 있지만, 물건값을 계산해주고, 앉아서 쉴 공간을 청소해주며, 차가운 물건을 차갑게, 뜨거운 물건을 뜨겁게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도 다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 서비스에 ‘혼내지 않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혹시 혼나는 게 싫다면, 따로 비용을 내고 ‘혼내지 않기’ 서비스를 특별 주문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3) 손님은 왕이 아니고, 알바는 노예가 아니다
왜 위 글쓴이는 알바가 손님을 혼낼 권한이 있냐는 질문을 던진 걸까? 손님이 누릴 대접을 너무 과하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알바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너무 과하게 생각했거나, 둘 중 하나다. 질문을 보니 후자가 아닐까 싶다.
손님은 왕이 아니고, 알바는 노예가 아니다. 둘의 관계는 아주 단순한 계약 관계에 불과하다. 손님은 사장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장은 그 돈으로 알바에게 일을 시킨다. 즉, 금전에 의한 계약 관계이지 어디에도 손님을 왕처럼 떠받들거나, 알바를 마구 대해도 된다는 항목은 없다. 돈과 서비스를 주고받았다면 둘 사이는 그저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시장에는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손님을 왕처럼 떠받드는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친절한 서비스를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이지 진짜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왕정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알바와 손님의 관계가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즉 대등한 관계라는 걸 망각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마치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도 되는 것처럼 포악한 성질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대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걸 받아줄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또한 그런 짓을 할 권리도 마찬가지다.
4) 알바를 대하는 걸 보면 인성이 보인다
알바와 손님은 원칙상 대등한 관계이지만, 현실적으로 알바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손님은 사장에게 돈을 냈으니 권리가 있고, 사장은 월급을 지급했으니 권리가 있다. 대신 알바에게는 그 월급에 따라 일해야 할 의무가 있다. 권리는 적고 의무는 많으니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금전 관계에 따라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런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이는 법이다. 약자임에도 대등한 권리를 인정해주는 사람, 약자라고 업신여기지 않는 사람, 약자에게도 친절한 사람. 이런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약자가 됐을 때도 그는 당신에게 여전히 친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자라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혼낼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게 좋다. 당신이 약자가 되었을 때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디 가서 ‘알바가 이래도 돼?’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꼭 한번 생각해보자. ‘사람이 이래도 돼?’ 이 질문에 ‘그래도 돼!’라는 답이 나오면 조용히 입을 다물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인성이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알바가 손님 혼내도 돼?, DVD프라임 (링크)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