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과 자우림의 충격적인 인디 시절 공연 출연료

 

 

 

 

 

크라잉넛과 자우림에게도 무명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을 고려한다고 해도 출연료가 너무나 저렴했다. 그래도 크라잉넛은 인당 3천 원이라도 받았지, 자우림은 그것도 못 받고 대신 공짜 술을 먹었다고 하니, 예술은 배고픈 일이라는 걸 새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했을까? 자우림 멤버 중 김진만과 이선규는 당시에 보습학원 강사였고, 김윤아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크라잉넛은 주유소, 지킨집, 포스터 붙이기 등 안 해본 알바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다른 인디밴드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밴드 이외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1)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왜 꿈이라고 하면 ‘부자’, ‘성공’, ‘돈’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가난’, ‘배고픔’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걸까? 그것은 꿈의 경쟁률이 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유튜버라고 한다. 만약 그 아이들이 모두 유튜버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유튜버는 엄청난 경쟁률을 가지는 직업이 된다. 그런 레드 오션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독보적으로 잘하거나, 운이라도 좋아야 한다.

 

게다가 유튜버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도 승자 독식이 심한 분야다. 유튜브에는 수익 창출 조건이 있다. 구독자 1,000명 이상, 총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채널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설령 조건을 충족해도 유의미한 돈을 벌기는 어렵다. 한 달에 수억 버는 유튜브는 극소수다. 대부분은 제작비조차 건지지 못한다. (1인 크리에이터라도 본인 인건비를 고려하면 적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꿈으로 여기는 직업이 대부분 이렇다. 가수가 꿈인 사람은 있어도, 도선사가 꿈이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가수는 무명에 수익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도선사는 연봉이 1억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도선사는 배가 항구에 출입하는 걸 인도해주는 직업이다. 아마 초등학생이라면 이런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조언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란 생각보다 먹고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꼭 직업일 필요는 없다. 취미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은가.

 

2) 꿈도 먹여 살려야 꿈이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기필코 유튜버가 되겠다든가,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나도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말이 있다. “꿈도 먹여 살려야 꿈이다.” 꿈도 중요하지만, 생계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열정을 따르세요.”,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으세요.” 이런 말이 듣는 사람을 가슴 벅차 오르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도 벅차 오를 가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굶어 죽으면 꿈이고 나발이고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인디밴드들의 알바 열전은 그런 현실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야 한다.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꿈도 지금 당장 먹고사니즘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 즉, 꿈을 이루겠다면 당신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먹고사니즘이다.

 

3) 진짜 실력은 무엇인가?

 

내가 유튜브와 카드뉴스 대본 작가를 시작하며 고영성 작가님과 함께 일하게 되었을 때, 작가님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글쓰기 실력의 핵심이 뭔 줄 아니?” 무얼까? 문체? 창의력? 그런데 내가 들은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바로 실력이야.”

 

이것은 앞서서 말한 ‘먹고사니즘’으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다. 가수보다 더 가난한 직업이 작가다. 실제로 작가 중에는 뛰어난 실력이 있었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까지 잃는 사례도 있다. 글만 써서 먹고 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작가들은 강연도 다니고, 글쓰기 교실도 개설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수익을 얻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면 글 쓸 시간이 부족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진다. 한정된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서 글쓰는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짜 실력인 셈이다.

 

이는 다른 모든 꿈도 마찬가지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서도 꿈에 투자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브로콜리 너마저’의 멤버 잔디는 간호사로 3교대 업무를 하면서 밴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사실상 투잡을 뛴 셈이다. 그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전략. 그게 바로 꿈을 이루는 실력인 셈이다. (역시 전략의 핵심은 실행력이다)

 

덧. 꿈을 실행할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림을 그려도 요즘에는 태블릿 장비가 필수이고, 음악을 하려면 악기부터 녹음실까지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유튜버를 한다 해도 최소한 동영상 편집 툴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꿈은 먹여 살려야 한다.’ 은근히 많이 쳐먹는다. ㅠㅠ

 

참고&이미지 출처 :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