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때문에 파혼했어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지만, 관계를 끊는 건 혹은 끊어지는 건 순식간인 것 같다. 위 사례에서 보다시피 글쓴이가 신발장 구석에 있는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고 결국엔 손해를 감수하고 모든 걸 다 원점으로 되돌린 걸 보면 ‘저럴 수도 있구나’ 싶다. 혹자는 고작 ‘컵라면’으로 이 사단이 났다고 핀잔을 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컵라면’은 글쓴이와 약혼자의 갈등을 드러나게 한 수단이었을 뿐 갈등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글쓴이가 밤늦은 시각 컵라면을 먹은 때, 하루 종일 신혼집에 들일 가구와 짐을 혼자서 정리했다. 이 글만 보면 약혼자는 이미 신혼집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글쓴이가 나머지 짐을 갖고 오는 것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초저녁부터 코골며 자고 있었으니, 이미 글쓴이는 약혼자에 대한 분노를 오래 전부터 참아 왔을 것 같다. 그려러니 하는 상황에서 약혼자가 컵라면을 먹었다고 되레 신경질을 내며 결혼까지 물리자고 말을 하니 글쓴이 입장에서는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그만두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도 글쓴이의 입장에 최대한 호응해주었다. 약혼자가 ‘아차!’ 싶은 마음에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인간관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또는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익숙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미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기에, 이 정도 화내고 막말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겠지 하는 안일함이 생겼을 것이다. 아니면 그동안 음식에 관해 화를 내지 않았던 것 역시나 썩 내키진 않지만 ‘참고’ 있었던 거였고, 딴에는 배려를 했는데 한 집에 살 사람이 자신의 것을 뺏어먹었다는 생각에 더는 못참고 막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살림까지 차렸는데 감히 등돌리겠냐는 생각도 한몫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익숙함’이 불러온 안일함은 두 사람의 관계를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굳이 연인 또는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리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사소한 배려를 놓치고 살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오래도록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가끔은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다.

 

참고 <컵라면 때문에 파혼했어요> 뽐뿌(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