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경품 주작 논란

‘비리’나 ‘부패’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값비싼 정장을 챙겨입은 나이 지긋한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게 꼭 나이 많은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사람 중에도 리더라는 감투만 쓰면 그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사람이 있다. 특히 대학의 학생회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학생회가 하는 일이 얼마나 못 미더운지, 우스갯소리로 “회장하고 졸업하면 차 한 대 뽑는다더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실제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정말로?), 가끔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면 여전히 대학교 학생회는 비리나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다음은 어느 대학의 학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떻게 이벤트 당첨자가 모 단과대 회장, 부회장이거나 회장의 지인일 수 있을까? 기막힌 우연일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 학생회는 짧은 사연을 당첨에서 제외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을 뽑게 되었다고 해명했지만, 애당초 글이 짧으면 추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지한 적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학생회가 사은품을 나눠 먹기 했다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사은품 나눠 먹기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어째서 이런 어이없는 발상이 나오게 된 것일까? 아직 우리나라에 리더에 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더(leader)’는 단어 그대로 ‘이끄는(lead) 사람’이다. 이래라저래라 명령만 한다면 그것은 리더가 아니라 ‘보스’다. 그나마 보스에 머물면 다행이다. 부당한 명령도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존재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짓거리에 세상이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폭력으로 또래를 제압하고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엄석대가 휘두르는 폭력도 끔찍하지만, 엄석대의 공포에 짓눌려 그에 동조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만만찮게 끔찍했다.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리더는 사라지고 우두머리만 남는 세상이 탄생한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원작은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더 좋아한다. 2018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고화질 영상을 복원하여 무료로 공개 중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SNS의 발달로 어떤 허물도 숨기고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리더의 만행은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비리가 드러나고, 리더가 사퇴하고, 다른 리더가 또 비리를 저지르고, 또 사퇴하고… 리더에 관한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진정한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리더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일과 관련해서는 ‘조직원을 섬기는(serve)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많은 특권을 누리고(법으로 보장하는 것도 있다),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북유럽에서는 반대로 별다른 특권도 없고, 심지어 국민을 섬기는 자원봉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 일이 힘들어서 임기가 끝나면 1/3 이상이 이직한다고 한다. 물론 상황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박탈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인식은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조직원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리더를 리더의 자리에 올려놓는 게 바로 조직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원을 막 대하면 안 된다. 강압적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섬기는 자세를 갖추면 비리나 부패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설득의 바탕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섬기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리더십에 필요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어릴 적에 한 아이가 일일 반장을 맡더니 반 아이들 전부를 ‘떠든 아이’로 적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아이가 유일하게 얌전하고 조용했던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남 위에 군림하려 드는 리더가 아니라, 진정으로 조직원을 섬기고자 하는 훌륭한 리더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런 리더가 많아진다면 비리와 부패도 자연스레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참고 <어제자 파산대학교 레전드 ㄷㄷ.jpg>,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