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화장실 개방 안 하는 이유.jpg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한다 싶은 게 하나 있다. 건물 화장실을 잠가 놓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폭풍 설사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럴 때 주변에 지하철역이 없으면 너무도 곤란하다. 지하철 역을 빼면 아무리 둘러봐도 열려 있는 화장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무 건물도 없는 벌판이나 숲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주변에 빌딩이 수십 채인데 그중에 들어갈 화장실이 없어서 얼굴이 파래질 정도로 몰린 적이 있다. 결국, 눈앞의 카페에 들어가 지갑을 건네면서 “아무거나 계산해주세요. 그리고 화장실 열쇠 좀…”이라고 말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사장님은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았지만, 너무 고마워서 제일 비싸 보이는 음료를 시켰다)

 

나만 이런 곤혹을 치르는 게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지도 어플에서 개방화장실을 표시해 주는 기능까지 추가되었더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를 가게나 건물 탓만 할 수도 없다. 위는 편의점 알바들이 화장실을 개방했다가 당한 고충을 담은 사진이다. 이를 보면 화장실을 걸어 잠근 것도 이해가 간다. 한 번 개방하면 난리 치고 가버리는 사람도 많고, 화장실이 불편하다며 따지는 경우도 있어, 그냥 아예 막아버린다고 하더라.

 

문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안 좋은 문화가 존재한다면, 어느 한쪽만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문화가 발생하게 만드는 안 좋은 행태가 반드시 바탕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좋은 문화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택배가 빠르고 편리하기로 유명하다. 이는 택배 도둑이 없는 것과 상호작용한 결과다. 안심하고 물건을 문 앞에 놔둘 수 있으니, 도난을 걱정해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가 연결과 네트워크의 전부가 아니다. 또한 연결과 네트워크가 21세기의 전유물도 아니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진사회성 동물로서 연결을 이루고 문화를 탄생시켰다. 21세기의 연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연결을 통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고민해야 한다. 그저 잇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이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좋은 연결을 만들기 위해,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교양과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공중화장실은 더럽게 써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 지금의 야멸찬 화장실 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고작 냄새나는 화장실 사례를 가지고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부끄럽다. 하지만 나처럼 민감한 대장을 가진 사람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 (길에서 지려버린다면 아마 나의 인간성은 철저히 무너질 것이다) 나는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일에 당신도 동참해주길 바란다. 세상 모든 화장실이 만인을 위해 열리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 : 편의점이 화장실 개방 안하는 이유, 이토랜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