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결혼에 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이미 결혼하면 평생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바뀐 지 오래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결혼이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마저 바뀌었다. 솔직한 말로 요즘 대세는 비혼과 독신이다. 나아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관한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꼭 결혼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평생 한 사람과 산다는 건 너무나 리스크가 큰일이기도 하다.
그럼 결혼이라는 제도는 이제 낡고 케케묵은 일이 돼버린 걸까? 10년 넘게 <타임> 지에 결혼 문제에 관한 칼럼을 써 온 벨린다 루스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특히 3가지 측면에서 결혼은 여전히 강력한 장점을 발휘한다고 한다.
1) 건강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체로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고 한다. 45년간 9,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런던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상관없이 결혼이 건강에 도움이 되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하여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한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에는 미혼과 기혼 사이의 건강 차이가 월등히 크며, 이혼 후에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재혼한 뒤에 다시 회복된다고 한다.
혼자 살면 자기 관리에 어려운 면이 많다. 해이해지기도 쉽고 이를 바로잡아 줄 사람도 없다. 자기관리는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해서 엉망인 사람을 비난하는 분위기보다 스스로 자기관리 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더 크기도 하다. 결혼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혼자 살 때보다 자신을 더 경계하고 절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 안정감
결혼의 장점으로 안정감을 꼽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이 ‘안정감’의 다른 이름이 ‘익숙함’이고, 안 좋은 이름으로 ‘지겨움’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혼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함께 잘 수 있다’라는 이유는 실제 유부남, 유부녀에게 와닿는 장점은 아닐 것이다. (아내가 친정 가면 그렇게들 좋아하더라)
하지만 이것이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 <러브 팩추얼리>에서는 사랑에 2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사랑을 뜻하는 ‘로맨틱한 사랑’이다. 문제는 로맨틱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점이다. 학자마다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흔히 2년에서 3년 정도 지나면 로맨틱한 사랑이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도 사랑은 이어진다. 로맨틱한 사랑처럼 가슴 떨리는 일은 아니지만, 전보다 더 친밀해지고 또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이다. 이것을 ‘동반자적 사랑’이라고 부른다.
결혼은 동반자적 사랑을 키워가는 일이다. 그 결과 마음의 안정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 깊고 친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이것이 우리의 정서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불안형/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을 안정형으로 바꾸기도 한다. 여기서 오는 안정감은 분명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3) 재산
과거에도 “돈을 모으고 싶으면 결혼하라.”라는 말이 있었다. 얼핏 들으면 모순적으로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부양할 가족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출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결혼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이는 위에서 언급한 자기 절제와 관련 있다. 결혼한 사람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식을 위해 절약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커진다. 혼자 살면 책임이 줄어드는 만큼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노력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에 더불어 정책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만 저출산이 심각한 위기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아마 가장 극단적인 나라를 꼽으라면 헝가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헝가리에서는 결혼하면 바로 4,0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아이를 3명 낳으면 대출액을 전부 탕감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신혼부부를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결혼을 통해 각종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결혼은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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