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법을 ‘일찍’ 공부해야 하는 이유

요즘 코딩 교육이 열풍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일자리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스라엘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코딩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코딩 교육은 우리나라와 어딘가 달라 보인다. 요점만 말하자면 그들이 코딩을 가르칠 때 삼는 목표는 ‘학생들을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예전에 습득한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아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좌절을 경험하게 만드는 거예요.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열심히 고민하겠죠. 해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아요. 결국 진정한 성장과 학습은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스라엘에서 사이버 보안 교육을 진행 중인 ‘샤라바니’는 아이들이 좌절을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간단한 코딩 몇 가지를 알려 주고는 끝이에요. 구체적인 방법은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체스 게임을 프로그래밍하라는 등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내줘요. 올해 우리 팀은 로봇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어요. 수동, 자동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로봇이 공간을 감지하고 스캔해서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운전하도록 특정 수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아직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실제 현업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요즘 학원에서 방법만 배우고 나와 취업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실력을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진짜 실력은 존재하지 않는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능력이지, 기술과 방법은 구글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럼 샤라바니의 교육 방식은 성공적이었을까? 아무리 이상이 좋아도 현실에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장애물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 사이버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좌절을 느끼는 데 필요한 지식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을 교육하면서 이건 실패하겠다 싶었어요. 생각보다 선생님이 사이버 분야에 관련된 경험이나 지식이 더 부족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과 브레인스토밍하면서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어요. 오히려 지식이 부족한 덕분에 좌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아무도 생각한 적 없는 아이디어를 의논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요. 이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존재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만드는 동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이의 성취를 평가하는 방법까지 바꿨다. 교사는 성공이 아닌 실패를 학습의 지표로 삼는다. “학생이 연습문제 20개를 모두 맞혔다면 교사가 학생의 시간을 낭비한 거예요.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니 학습도 발전도 전혀 없었던 셈이죠. 길을 헤매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도 ‘못 해요’ 또는 ‘불가능해요’라는 말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죠. 우리는 ‘불가능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패를 피하려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실패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보니, 수많은 부모가 실패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때로는 과보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수련회까지 따라오는 부모는 평범해 보일 정도다. 요즘에는 취업 면접까지 따라오는 부모가 있다고 한다. (그거 보면 오히려 안 뽑아 줄 것 같은데…)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된 후 그 대가를 치른다고 한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는 아이는 감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사례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이들은 실패를 무엇이 잘못됐고 다음에는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기회로 보지 않는다. 실패를 자신이 지닌 결함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서 극복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전에 아이들의 소중한 경험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자녀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모든 경험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실패와 좌절도 인생 수업의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심리학자 스티븐 버글라스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2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실패를 보는 관점을 바꿔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짚어가며 이유를 찾다 보면 프로젝트를 실패로 이끈 요인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실패를 경험했다고 해서 여러분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둘째, 지지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일 외에 다른 관심사를 가져야 한다. 실패를 인간적 결함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패는 받아들여야 할 결과가 아니다. 두근거리는 새로운 문제가 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반응은 ‘다시 하는 것’이다. 실패를 인정할 줄 알고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실패는 포기의 이유가 아니라 도전의 이유가 된다. 실패만큼 효과적인 인생 공부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어떻게 실패를 공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실패를 가르칠 것인지. 나아가 실패해도 극복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청년들을 지지하는 사회적 안전망까지 갖춰야 한다. 그렇게 실패에 관한 공부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니 실컷 실패하고 좌절하게 두어라. 실패를 일찍 배울수록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선수 시절 9,000번 이상 슛에 실패했다. 300번이 넘는 경기에서 패배했다.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결승샷을 놓쳐 팀이 실패한 적이 26번이나 된다. 나는 평생 실패에 실패를 반복했다. 내가 성공한 비결은 실패에 있다. – 마이클 조던

 

넘어져도 괜찮다. 문제는 다시 일어날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지에 있다. – 빈스 롬바르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폴리매스’형 인재를 만드는
이스라엘 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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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책 <후츠파>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