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만’ 못하는 교수님 특징.jpg

 

 

 

 

솔직히 강의 못 하는 교수님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강의를 못 한다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의만 못 할 뿐, 실력은 굉장한 경우도 있다. 어째서 그럴까? 잘 아는 사람일수록 잘 가르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런 사례가 꼭 교수님들만 있는 건 아니다. 스포츠 분야에도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1) 선수와 감독은 역할이 다르다

 

선수와 감독은 하는 일이 다르다. 선수는 경기에서 뛰어야 하는 사람이고,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지휘하는 사람이다. 역할이 다르니 요구하는 능력도 다르다. 극단적인 사례로 조정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조정에는 여러 포지션이 있는데 크게 나누면 배의 항로를 조정하는 콕스(Cox)와 노를 젓는 페어(Pair)로 나눌 수 있다. 콕스는 배의 방향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호흡과 강약도 조절해야 한다. 즉, 배를 지휘하는 선장인 셈이다. 당연히 노를 잘 젓는다고 콕스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 젓는 힘과 기술이 좋아도 콕스가 되면 다른 종류의 기량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교수라는 직업은 일종의 멀티플레이어라고 보는 게 맞다. 교수는 가르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배우고 연구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사실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강의에 나서지 않고 연구만 하는 교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베를린 대학에 교수로 갈 때 강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러니 강의가 별로라고 해서 교수의 실력이 없을 거라 여기는 건 정말 얕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2) 암묵적 지식의 존재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실력이 있으면 못 가르치는 게 오히려 어려운 일 아닐까? 잘 아는 내용을 어떻게 못 가르칠 수 있을까? 이를 설명하기 딱 좋은 예시가 있다. 바로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알렉산드르 카렐린이다.

 

 

알렉산드르 카렐린은 ‘지구 최강의 사나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신생아 때 몸무게가 5.3kg이었다고…) 14세 때 레슬링을 시작하여 19세 때 세계 1위에게 패배한 이후, 13년간 무패를 기록했다. 통산 전적은 887승 2패로 승률은 99.78%. 힘, 기술, 체력 모든 면에서 다른 선수들을 완전히 압도한 선수였다. 오죽하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 후 상대가 “최강의 영장류, 즉 고릴라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는 것 외에 카렐린에게 이길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

 

 

 

 

 

그럼 카렐린이 학생들을 가르치면 어떨까? 결과는 학생들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학생들은 심지어 프로 선수들이었다) 여기서 설명하는 것은 카렐린의 주특기인 ‘카렐린 리프트’라는 기술이다. 본인 이름이 붙을 정도의 기술이니 세상에서 카렐린이 제일 잘 가르칠 것 같지만, 현실은 ‘그걸 어떻게 해요?’였다. 왜 그럴까? 일단 저 기술을 130kg급에서 자유롭게 구사한 사람은 카렐린이 유일했다. 탈 인간급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다른 선수들은 엄두도 못 낸 기술이었다. 그러니 카렐린은 ‘가볍게 뒤집는 겁니다’ 소릴 하겠지만, 듣는 선수들은 ‘뭐임? 이게 뭐임?’ 표정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카렐린 리프트가 힘만 있으면 다 되는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습득하려면 기술이 요구하는 적절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모든 분야도 이와 비슷하다. 악기를 다루는 걸 생각해보자. 어떤 기교는 일정 레벨 이상이 되지 않는 한 이해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들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지성은 맨유에 들어가고 나서 새로운 슈팅 비법을 배웠다고 한다. 류현진은 부상 이후에 상대 선수를 공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지식은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만 배울 수 있다.

 

이런 지식을 암묵적 지식이라고 한다. 젓가락질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지식이다. 그냥 설명만 듣는다고 아는 게 아니라 체화하고 습득해야 제대로 이해하는 지식이다. (반대는 명시적 지식이라고 한다. 설명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사용법 같은 걸 말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 수준이라면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이 결합된 형태라고 봐야 한다. 교과서에 설명이 쓰여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문의 발전 과정과 유도 방식에 관하여 긴 시간 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동차 2차 미분방정식 같은 문제는 여러 번 풀어봐야 공략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은 이런 암묵적 지식을 비교적 명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지식을 이해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고, 학생들이 그 느낌을 제대로 따라오도록 유도할 줄 알아야 한다. 당연히 연구 능력과는 별개의 능력이다. 오히려 교수보다는 학원 선생님이 더 잘하는 능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즉, 암묵적 지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력이 좋아도 못 가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3) 성공의 핵심은 암묵적 지식에 있다

 

명시적 지식은 성공의 핵심이 되기 어렵다. 알기만 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을 안다고 해서 강점을 갖기가 어렵다. (물론 그렇게 찾아보지도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모르는 것보다는 확실히 강점을 갖는다) 반면 암묵적 지식은 제대로 체화하면 확실한 강점을 갖는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부르는 지식은 대부분 암묵적 지식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노하우(Know-how) 즉,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암묵적 지식은 방법을 안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법’보다 ‘원인’을 추구하고, ‘정보’보다 ‘이해’에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을 오랜 시간 연마해야만, 암묵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미래에는 융합적, 통합적 사고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 사고 능력 자체가 일종의 암묵적 지식이다. 여러 분야를 통달하고 이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 이틀 만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방법이나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인을 추구하고, 이해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미래에 성공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면, 암묵적 지식에 주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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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강의’만’ 못하는 교수들 특징.jpg, 웃긴대학
2) 물리학갤러가 전공을 바꾼 이유, 에펨코리아
3) 알렉산드르 카렐린, 나무위키
4) 책 <폴리매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