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백해무익 100%라고 할 정도로 해로운 제품으로 손꼽히는 담배. 냄새를 맡는 것 조차 주위에 ‘간접흡연’이라는 피해를 준다고 할만큼 ‘악명’은 자자하다. 오죽하면 제품에다가 제품에 대한 좋지 못한 점을 문구와 사진으로 대놓고 표현했을까. 하지만 찾는 사람들은 계속 찾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배우’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김혜은 배우에 대한 일화가 소개됐다.
시작은 지극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술집 마담이란 역할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선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문제는 영화가 끝난 이후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지극히 타의로 시작한 행동이 어느 새 지극히 자발적인 행동이 돼 있었다는 거다. 그러다가 후배 배우에게 담배를 달라고 얘기했는데, 후배의 만류로 순간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의식적인 금연을 실천했다고 한다. 타인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숙명이란 생각에 안타깝기만 했다. 그렇다면 김혜은 배우는 어떻게 흡연의 길로 빠지게 된 것일까.
미디어 평론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가 쓴 <중독의 시대>에 따르면 흡연의 매력은 신속하고 반복적인 뇌 보상이라고 말한다. 몸속에 흡입된 니코틴은 약 15초 안에 우리 뇌의 ‘쾌락 회로’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에 흡연자들은 한 모금 빨아들인 후 곧바로 다음 모금을 빨아들이게 된다. 흡연은 한 번 큰 보상을 주기보다 작은 보상을 자주 제공하여 동물의 행동을 조형하는 효율적인 학습형태라고 주장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담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오랜 역사를 써오고 있다. 책 본문에는 17세기 초 영국부터 중국까지 각국 통치자들은 낯설지만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담배 흡연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고 나와있다.
아무쪼록 현대인의 일상에는 담배 뿐만 아니라 ‘습관성 제품’들로 가득하다. 담배보다 더 우리 몸과 하나가 된 건 바로 스마트폰일 것이다. 오죽하면 ‘포노사피엔스’라는 용어가 나왔겠는가. 잠깐이라도 내 손 반경 1m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진다. 카카오톡에는 날 찾는 메시지가 쌓여있을 것이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은데…) 습관성 제품들을 끊어낼 수는 없다. 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과 그런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이 주는 편리함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제품의 홍수속에서 각자의 일상을 파괴하지 않고 ‘즐기는 선’까지만 향유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각종 첨단기술이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을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참고
1.<배역때문에 담배를 배운 배우>, 웃긴대학(링크)
2. 중독의 시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저, 커넥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