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적이다 vs 아니다’로 댓글 800개 넘게 달렸던 글

 

 

 

 

인터넷에서는 이런 논쟁이 흔하게 발생한다. 누군가는 별것 아닌 일로 호들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이런 논쟁 자체를 즐기며 무언가 얻어가기도 한다. 왜 이 논쟁은 댓글이 800개나 달릴 정도로 격렬해졌을까? 나아가 이 논쟁 끝에서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논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논쟁이 벌어져야 하는지 윗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1)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않는다

 

토론이나 논쟁을 벌이기 전에 먼저 따져볼 게 있다. 과연 이 주제가 논쟁할 거리인가?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주제가 무엇을 다루는지 파악해야 한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취향, 사실, 주장이다.

 

취향의 경우 논쟁할 가치가 없다. 왜냐면 취향은 논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좋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반대로 상대는 싫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나는 코걸이가 흉해 보여서 싫더라.’라고 말한다면 ‘너는 그렇구나. 나는 좋던데.’라고 존중하면 그만이다. 물론 그 취향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에 관해서는 논쟁할 수 있다. ‘학생이 코걸이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이것은 ‘주장’의 문제로 넘어가는 일이다. 그저 ‘좋다, 싫다’라는 취향의 문제라면 논쟁할 가치가 없다.

 

2) 사실을 두고 논쟁하지 않는다

 

사실의 경우에도 논쟁할 가치가 없다. ‘해는 동쪽에서 뜹니다.’를 두고 논쟁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사실을 파악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다. ‘백조는 흰색이다.’라는 말도 틀릴 수 있다. 검은 백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조사와 연구’다. 모든 백조가 흰색인지, 다른 색깔의 백조는 없는지 발로 뛰며 찾아봐야 할 일이지, 입으로만 논쟁해서는 아무런 결론도 얻을 수 없다.

 

위 논쟁이 800개 넘게 댓글이 이어진 이유도 사실을 가지고 논쟁했기 때문이다. 비위생적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든가, 그게 없다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해서 파악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전문가가 등장해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비위생적입니다’ 혹은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했으면, 논쟁은 거기서 그칠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 자기 생각이나 느낌만으로 ‘비위생적이다, 아니다’를 따지면, 취향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과 다름없다.

 

3) 논쟁의 목표는 이기는 게 아니다

 

결국, 논쟁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주제는 주장(혹은 판단)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취향과 마찬가지로 존중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방이 틀렸고 내가 맞다는 식으로 논쟁해선 안 된다. 물론 근거도 없는 판단이나 주장은 물리쳐야 마땅하지만, 대부분의 주장은 각자의 맥락에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각자의 맥락’이다. 맥락에 따라 주장이나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논쟁으로 상대를 이겨 먹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건전한 논쟁이 아니라 개싸움이 벌어진다. 서로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니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뻔한 결론을 아니라고 우기는 것 같아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조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이기기보다 상대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최대로 양보할 수 있는 지점을 알아가고, 이를 바탕으로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게 오늘날 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 ‘비위생적이다 vs 아니다’로 타 커뮤에서 댓글 800개 넘게 의견 갈렸던 글.jpg,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