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좋은 카페라테 전용잔.jpg

 

 

 

커피를 담으면 ‘coffee’가 보이고, 우유를 담으면 ‘milk’가 보인다. 그리고 둘을 섞으면 ‘milk coffee’가 보인다. 처음 본 순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떻게 만든 걸까? 비결은 간단했다. 커피는 검은색이라 흰 글씨가 보이고, 우유는 흰색이라 검은 글씨가 보인다. 카페라테는 둘 다 보인다. 그래서 커피는 하얀색으로 쓰고, 우유는 검은색으로 썼다. 알고 보면 간단한 원리지만, 이런 발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무엇이 이런 발상을 떠오르게 해주었을까? 나는 그 비법이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르게 바라보기’가 중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커피의 맛에 주목할 때, 색에 집중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아이디어 커피잔을 만들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르게 관찰’할 수 있을까?

 

1) 제대로 보고 싶다면 보지 않을 것부터 결정하라

 

인간은 흥미를 끄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쏟으면, 나머지는 관심 밖에 내버려 두도록 진화했다. 사실 이런 능력은 꽤 유용하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필요한 것만 쏙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정보를 똑같은 중요도로 받아들인다면,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맘에 드는 이성에게 귓속말을 보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사실 제대로 들어도 별 소용 없긴 하더라…)

 

왜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까? 우리가 한 번에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 정보를 데이터로 만들면 아마 시간당 수백 테라바이트의 동영상과 텍스트 파일이 생성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한 정보만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관심 밖으로 내몰아 잊어버린다.

 

이런 특성을 ‘다르게 바라보기’에 적용해보자. 관찰할 때 의도적으로 보지 않을 것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관심 있게 보는 점부터 배제해보자. 물감을 관찰할 때 색을 무시해보자. 눈을 감고 물감을 느껴보자. 촉감이나 소리(날까?)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연필의 촉감을 무시해보자. 소리나 냄새에 집중해보자. 마찬가지로 커피에서 맛을 무시해보자. 색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2) 준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보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일반인이 보는 것과 전문가가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백종원의 <골목 식당> 같은 프로를 보자. 의욕 넘치는 식당 주인들이 맛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때 백종원은 수지타산을 강조한다. 사업가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다르게 보기 위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너무 어려운 일일까? 책 <폴리매스>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팀 페리스는 “올바를 접근법을 따르면 누구든지 1년 안에 어느 분야에서나 세계 정상급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시 카우프만은 더 나아가 “어떤 기술이든 훌륭한 수준으로 습득하는 데 20시간이면 충분하다. 학습곡선에 따르면 처음 20시간 법칙에 따라 이 구간에서 실력이 급격히 상승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르게 보고 싶다면 준전문가가 되자. 어떤 분야의 책을 100권 정도 읽으면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명칭으로 마니아, 덕후도 있다) 그렇게 전문성을 갖춰 놓고 감상하면 이전과 다른 점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르게 보고 싶다면, 많이 읽자.

 

3) 함께 보자

 

데이트할 때 산책을 자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상대방의 시선에 놀라움을 느낀 적이 많다. 그는 내가 보지 못했던 풀잎의 싱그러움, 꽃잎의 화려함, 구름의 자유로움을 발견했다. 그와 함께 걷지 않았으면 볼 수 없던 것들을 보여주었다. 내가 눈이 삐어서 보지 못한 게 아니다. 보고 있어도 무시했을 뿐이다. 그것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일깨워 주었다.

 

다르게 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함께 보는 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보기 위해 아동 전문가가 되거나 아동 교육 서적을 보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보는 게 훨씬 쉽고 정확하다. 화가 친구가 있다면 회색빛 도시에서 총천연색 색감을 읽어낼 수 있다. 역사 전문가 친구와 함께라면 서울 거리마다 스며 있는 유래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 함께 걷고, 함께 움직이자. 세상에 인간 그 자체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대상이 또 없을 것이다.

 

 

참고
1) 아이디어 좋은 카페라떼 전용잔.jpg, 더쿠
2) 책 <관찰의 인문학>

3) 책 <폴리매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