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대기업/공기업/공무원이어야 한다?

1) 왜 요즘 청년들은 대기업과 공무원에 목매는 걸까?

 

요즘 20대에게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열에 일곱은 취업 문제를 꼽는다. 요즘 취업 문제는 2가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취업 자체가 힘들다는 것.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고, 여기에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며 역성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직업 간 차이가 심하다는 점이다. 책 <당선, 합격, 계급>의 저자 장강명은 우리 사회가 유사 신분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신분제를 만드는 원흉 중 하나로 공모전과 공채를 지목했다. 공채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입사할 때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이 나뉘어 버린다. 대기업에 채용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노동자 중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임금도 적고 신분도 불안정하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이나 정규직으로 올라갈 기회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어떻게든 처음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자 한다. 시험 한 번으로 신분이 결정되니,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 취업을 꿈꾸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데는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출신 학교, 직업, 직장으로 사람 판단하길 좋아하는, 이른바 ‘명함 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대한 욕구가 더욱더 클 수밖에 없다.

 

 

2)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진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그곳에서 정년 퇴임 하는 게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서른이 되기 전에 직장에 들어가면 다행이고, 그나마 공무원이 되지 않는 한 50이 가까워지면 명예퇴직 당할까 봐 눈치를 봐야 한다. 직장을 오래 다니고 싶어도 20년을 채우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직장에서 원치 않는 퇴직을 한 뒤 우울증을 겪는 중년이 많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서 높은 직급까지 올랐던 사람들이다. 한창 일을 할 때는 무슨무슨 직장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기죽지 않고 지낼 수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나’를 표현할 말이 없어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 일을 ‘자기대상’으로 바라보자

 

일을 조금만 더 넓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일을 직업이나 직장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하는 활동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해내고 싶고,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정신분석학에서는 ‘자기대상’이라 부른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끝까지 참아 내면서 하고 싶게 만드는 특별한 대상이다. 또한 그것이 없으면 존재감마저 흔들리는, 자신의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대상이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자아로 커나가려면 누구나 자기대상을 가져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기능을 해 주지만, 성인이 되면 자기대상이 꼭 인격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뿌듯함을 제공하고, 자신을 지지하고 지켜주는 안전판이 되어 견고하고 통합된 자신으로 기능하도록 해 준다면, 가치관, 취미, 활동, 직업 모두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원과 같아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데서 재미를 느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말이다. 퉁퉁 부어 버린 그녀의 발에는 인고의 노력이 담겨 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녀가 평생 얼마나 발레에 몰입해 왔는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이토록 견디기 어려운 신체적 고통을 참으면서도 그녀가 춤을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레를 할 때 가장 ‘나답다’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일을 자기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이나 무조건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퇴직당하더라도 자기대상으로서의 일이 있다면 남은 인생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남들이 알아주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 과정을 꿋꿋하게 버텨 내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직장 생활, 길어 봐야 20년이다.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어디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을 단순한 돈벌이나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계급장처럼 여기는 사람에겐 일이란 그저 해야 할 의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자기대상으로 삼는다면 오래도록 든든한 존재감과 성취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것만큼 인생에서 든든한 것도 없을 것이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꿈꾸는 딸에게 전하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 본 콘텐츠는 유료 광고로서 출판사와 협력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