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알려진 처세술 가운데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절대 사과하지 말라는 소리다. 사과하면 책임지고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고, 피해준 게 있으면 물어주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절대 사과하지 말라는 말은 결국 책임지지 않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교통사고처럼 책임 소재가 애매한 상황이라면 사과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명백히 사과해야 할 순간조차 뻐팅기고 나오는 경우다. 그렇게 몰염치로 나오면 당장은 손해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게 된다.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다. 베이글 불만에 이실직고하고 나아가 환불까지 하더라도, 당장은 환불 비용이 아깝겠지만, 멀리 보면 신뢰를 얻는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럼 어떤 경우에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사과하지 말아야 할까? 미국의 한 칼럼에서는 사과하지 말아야 할 20가지 경우와 사과해야 할 10가지 경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절대 사과하지 말아야 할 20가지 상황
–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할 때 (직장 동료가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든,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잘못 줄 때든)
– 당신 생각을 말할 때
– 디저트를 주문할 때
– 불량품을 반품할 때
– 붐비는 비행기에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날 때 통로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무리 심하게 한숨을 쉰다 하더라도
– 옷차림이 과할 때
– 급하지 않은 이메일에 느긋하게 답장할 때
– 지하철에서 당신 새끼발가락을 밝고 있는 사람에게 발을 치워달라고 할 때.
– 다른 사람의 나쁜 행동을 언급할 때
– 도움을 요청할 때
–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 웅얼거리는 상대에게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친절하게 부탁할 때
–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 어지러운 집안 꼴을 남에게 보일 때
– 거절할 때 (설명이나 변명은 필요 없다)
– 내 월급으로 지름신을 영접할 때
– 일을 죽여주게 잘할 때
– 진실을 말할 때, 특히 상대가 요청했을 경우
–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당신은 존재할 자격이 있으니까!
2) 반드시 사과해야 할 10가지 상황
– 누군가에게 못되게 굴었을 때, 상대가 누구든, 당신이 어떤 상황이든 못되게 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냥 사과하라.
– 환기가 안 되는 작은 방에서 다른 사람과 있으면서 참치 샌드위치를 먹을 때
–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태를 페이스북에 올릴 때
– 파티에서 불쾌한 사람(밉상 상사)에게 붙잡힌 친구를 외면했을 때
– 흰 카펫에 레드 와인을 쏟았을 때
–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스마트폰을 꺼낼 때, 상대가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사과하라.
– 운전 중에 끼어들기 할 때. 미안하다는 손짓 한 번이면 충분하다.
– 더치페이하는데 가진 돈이 부족할 때
– 불쾌한 농담을 반복했을 때
– 사무실 전체에 감기를 옮겼을 때
다양한 상황을 제시했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잘못했다면 사과하고, 잘못이 아니라면 사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당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그것이 불법이 아니며, 설령 약간의 피해를 주더라도 그 피해를 감수하는 게 상호간의 도리에 맞는 일이라면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잘못이 분명하다면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따지지 말고 사과하는 게 좋다.
그리고 항상 솔직하자. 사과 안 하겠다고 변명을 늘어놓다 거짓말이 튀어나오면, 그다음에는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그때는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사과할 수 있을 때 사과하고, 솔직할 수 있을 때 솔직하자. 오늘 고개 숙이지 않으면 훗날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참고
1) 대놓고 뻔뻔한데 솔직한 사장님, 오늘의 유머
2) 20 Things You Should Never Apologize For (and 10 You Totally Should), Huffp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