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생각하는 스팸

나는 스팸을 좋아한다. 짭조름한 스팸을 흰 쌀밥 위에 얹어 먹으면 진짜 몇 조각에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이렇게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스팸이 가장 맛있는 요리는 역시 부대찌개가 아닐까 싶다. 진짜 부대찌개에서 국물과 스팸 조각을 함께 건져 먹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져버릴 정도로 행복하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스팸을 미국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음은 한 유튜버가 말하는 ‘미국인이 생각하는 스팸’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인들이 스팸을 싫어하는 이유, 특히 할아버지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스팸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차 대전 당시 병참 장교로 근무하던 제이 호멀은 뼈있는 고기를 운반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가공육 전투식량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한 연구 끝에 1962년에 스팸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동안 1억 개가 팔리는 초대박을 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팔리다 보니 사람들이 진절머리를 냈다는 점이다. 군인들이 “여기 음식은 괜찮은데 어떤 의미로는 죽을 맛이죠. 제가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스팸 소시지만은 보내지 마세요. 여긴 햄버거에도 그걸 넣으니까요.”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사실 품질 면에서도 버려도 무방한 재료도 갈아 넣어 만든 햄이다 보니 품질 좋은 햄에 비해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을 얻는 것도 당연한 처지였다. (실제로 다량의 지방과 염분 때문에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스팸이 우리나라에 와서 역대급 밥도둑이 되었다. 그리고 위대한 한식 부대찌개를 낳았다. 어떤 사람은 부대찌개의 재료가 소시지나 햄이라서 한식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음식이니 한식으로 부를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양념치킨도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한식이다)

 

여기서 나는 2가지 교훈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편견의 무서움이다. 스팸은 가성비 면에서 꽤 괜찮은 음식이다. 특히 전투식량으로서는 최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와 전투식량이라는 인식 때문에 싸구려라는 편견이 더해졌고 그 가능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편견 없이 대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부대찌개라는 최강의 레시피가 탄생하게 된다.

 

다른 교훈은 ‘우리 것’의 바운더리에 관한 내용이다. 과연 우리 것이란 무엇일까? 한복은 쉽게 우리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순대는? 그 기원은 6세기 중국이라고 한다. 그러면 순대는 우리 것이 아닌가? 인류는 고대 시대부터 다양한 국가와 교류를 이어왔고, 현대에 이르면 그 교류의 정도가 엄청나게 확대됐다. 외국의 문물과 재료를 쓴다고 하더라도 독창성을 발휘하고 우리의 맛과 색깔을 입힐 수 있다면, 그것은 기꺼이 우리 것이라고 부를 수 있다. 꼭 부대찌개만이 아니다. K팝도 다른 나라의 아이돌 문화를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다시 만든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경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1) 에펨코리아,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스팸
2) 나무위키, 스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