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환경부, 슈가버블과 협력하여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하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했다고 한다. 기존에도 리필제품은 있었지만, 봉지에 담긴 세제를 플라스틱 통에 옮겨 담기도 번거로웠고,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 나온 방식은 리필하기도 편리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게다가 플라스틱 사용량도 연간 8톤 가량을 줄일 수 있단다. 소비자는 싸게 사고, 업체는 용기 비용 아끼고, 정부는 환경 폐기물 줄이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윈-윈-윈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썩는 데만 50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인류가 처음으로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래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하나도 분해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플라스틱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도 제기되면서 미래에 심각한 재앙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세제 리필은 그저 좋은 정책을 넘어 인류와 생태계를 지키는 위대한 정책이라고 봐도 좋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리필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일도 번거로우면 효과를 보지 못한다. 반면 편리함은 비용의 증가까지 감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표적으로 불법 복제 근절 사례가 있다. 과거 음악이나 게임의 경우 불법 복제 때문에 시장 자체가 존립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불법 복제를 쓰는 것보다 정품을 쓰는 게 더 편리하다. mp3나 CD 이미지를 다운받는 것보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게 더 쉽다.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면서 정품을 쓰고 있다.
나는 이런 게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특징이라고 본다. 그저 옳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그 욕망 마저 끌어안는다. 더 편하게, 더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고의 설득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 올바름을 넘어 유혹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참고 : 극찬 받고 있는 마트 정책.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