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거래된 맥주잔 하나가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맥주잔이 뭐가 대단하다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나 싶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 나도 ‘이거 봐봐’라며 주변에 알리기 바빴다. 바로 여기에 입소문 전략의 핵심이 담겨 있다. 이 거대한 맥주잔은 그 자체로 ‘리마커블’했다.
‘리마커블’은 세스 고딘의 책 <보랏빛 소가 온다>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리마커블의 사전적 의미는 ‘놀랄 만한, 주목할 만한’이라는 뜻이다. 세스 고딘은 이에 더해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즉, 보랏빛 소처럼 여기저기 얘기하고 싶을 만큼 놀랍고, 새로운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을 마케팅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물량 공세 식으로 광고를 쏟아붓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상품 자체가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마케팅이란 이미 완성된 상품을 광고하는 일이 아니라 상품을 창조하고 설계하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광고하여 판로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졌다. 광고에 돈을 쓰는 만큼 시장이 넓어지고 따라서 늘어난 이윤으로 더 많은 광고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선택의 폭은 엄청나게 다양해졌지만, 정작 선택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광고를 아무리 때려도 충분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집단의 크기가 아니라 집단의 영향력이다. ‘기꺼이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거대한 맥주잔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리마커블’한 상품이었다. 물론 거대 맥주잔 자체의 판매량은 증가하지 않았겠지만, 널리 알려진 덕분에 해당 맥주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했다.
오늘날 마케팅의 핵심은 커뮤니티와 SNS다. 입소문만 일으키면 적은 돈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당장 호가든이 당근 마켓 거래에 한 푼이라도 썼을까? 과거 행사 상품으로 거대 맥주잔을 제작한 것 말고는 한 일도 없다. 그때 심어 놓은 씨앗이 알아서 리마커블한 결과로 피어났을 뿐이다.
폴리매스의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이 도래하고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세상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더 큰 가치를 불러오는 세상이 되었다. 즉, 리마커블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정한 인재가 될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리마커블을 읽어낼 수 있을까? 마케팅 전략만 전문적으로 파고든 사람은 이런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보다는 여러 방면을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사람들이 기꺼이 얘기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것은 세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폭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여러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와카스 아메드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을 ‘폴리매스’라고 불렀다. 폴리매스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고 융합하며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하는 독창적 사고를 선보인다. 그 결과 세상을 바꿀 정도로 새롭고 놀라운 결과를 선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종대왕 같은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즉, 리마커블한 성과를 보이면서, 그 자체로 리마커블한 사람이 바로 폴리매스인 셈이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가 되고 싶다면 ‘리마커블’과 ‘폴리매스’ 이 2가지 개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참고 : 당근마켓 맥주잔 거래 후기,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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