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다 성공한다’라는 거짓말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내가 살면서 봤던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사람은 옆 반의 A양이었다. A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 마치 수도승 같았다. 수업 시간 내내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바른 자세로 수업을 들었다. 쉬는 시간에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 다시 책을 꺼내 공부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더운 여름날 오후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모두 지쳐 집중력이 떨어지자 선생님이 연애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다고 하셨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을 때, A가 외쳤다. “선생님 진도 나가시죠.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A는 그런 아이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공부 기계였다.

 

그럼 A는 좋은 대학에 갔을까? 사실 좋은 대학에 갔다. 하지만 나는 더 좋은 대학에 갈 줄 알았다. 솔직히 공부하는 걸 보면 서울대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화여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책상에 얼굴을 박고 눈물을 흘렸다. (이대도 좋은데…) 안타깝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한 광경이었다.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구나. 타고난 머리가 있어야지…”

 

군대를 다녀온 후에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 등장한 개념으로, 어느 분야의 대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이 얘기를 친구에게 전했는데, 친구가 대뜸 반박했다.

 

“개소리 집어쳐! 그렇게 따지면 플레이 시간이 1만이 넘는 주제에 브론즈, 실버에서 빌빌대는 놈들은 뭔데?”

 

맞는 말이었다. 요즘 게임은 통계 자료가 명확히 드러난다. 플레이 시간은 물론 유저의 패턴과 성향까지 분석해준다. 이를 보면 1만 시간이 아니라 2만, 3만 시간을 플레이해도 여전히 초보 수준에 머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역시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1만 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버렸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오해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중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우선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을 잘못 파악했다. 그가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한 맥락은 ‘환경’이다. 1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 혹은 운이 뒷받침되어야 눈에 띄는 성과, 아웃라이어가 탄생한다는 말이었다.

 

그럼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한 걸까? 그 또한 오해가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스웨덴 출신의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사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에릭슨에 따르면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인용하며 중요한 개념을 하나 빠뜨렸다고 한다. 바로 ‘의식적 노력’이다. 무작정 1만 시간을 죽어라 한다고 대가가 되는 게 아니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과 그에 따른 ‘피드백’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왜 브론즈는 영원히 브론즈인지 알 것 같았다. 내 친구 중에도 한 놈 있다. 녀석은 나보다 10배는 게임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자기가 다루는 캐릭터의 특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조언하면 ‘어? 그렇게 쓸 수도 있었어?’라고 놀라기도 했다. 플레이만 주구장창 했지, 실력을 키우려는 의식적 노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만년 브론즈다. 사실 실력을 키울 생각도 없어 보인다.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거지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더라. 그러면서 실버, 골드로 오르고 싶어 한다. 한 마디로 양심이 없다.

 

A양은 어떨까? A양은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제대로’ 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보니 A양의 공부 전략에는 문제가 많았다. 수면 시간도 부족했고, 그저 열심히 하기만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지만, 제대로 노력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수밖에 없다. 

 

노력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신영준 박사가 유행시킨 단어가 있다. 바로 ‘졸꾸’다. ‘졸X 꾸준히’의 줄임말로 꾸준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단어다. 이 말을 따르며 노력하는 ‘졸꾸러기’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혼자 열심히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력의 흔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이 동기를 얻는다. 그렇게 동기부여의 연쇄 작용이 퍼져나가고 있다.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가끔 ‘잘못된 졸꾸’를 보기도 한다. 졸꾸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 이에 자극받아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관심은 ‘좋아요’와 ‘댓글’로 나타난다. 그렇게 진성 졸꾸러기가 되어 칭송을 받는다. 그런데 실력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 그러면 말짱 도루묵이다. 말 그대로 노력만 한 셈이다. 1만 시간을 쏟아부어 브론즈에 머무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실력도 없으면서 명성을 얻으면 나중에 돌아오는 것은 망신뿐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제대로 노력해야 성공한다’라고 말해야 맞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칭찬받아 마땅해!” 이런 생각도 당장 버리자. 칭찬은 한 때에 불과하다. 진정한 대우는 실력에 주어진다. 그러니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자. 그냥 졸꾸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제대로 졸꾸해도 성공할지 말지 모르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제대로’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다음 영상을 참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