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대한민국 시민의식 수준ㄷㄷ

 

‘미쳤다’는 말은 크게 두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실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할 때 튀어나오는 말이요. 또 하나는 정말 무언가 (긍정적으로) 놀랄만한 상황을 경험했거나 봤을 때 쓰는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미쳐버린’의 의미는 두가지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편의점 점주가 가게에 상주하지 않는다는 걸 안 알바생이 대타를 쓰고, 대타 알바는 열쇠가 없다는 이유로 연락도 없이 가게문을 잠그지 않고 퇴근해버렸다. 여기까지는 정말 ‘미쳐버린’ 한마디로 비상식적인 시민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타인에게 시킨 건 둘째치더라도, 나가버린 알바생에게 열쇠의 행방을 물어볼 수도 있었을텐데 불만 끄고 나가버렸다는 건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담뱃값을 카운터 위에 두고간 장면에서는 절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미쳐버린’ 시민의식이다. 다시 말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어둠을 틈타 비양심적인 행동을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바코드까지 찍어가며 담배를 합당한 방법(?)으로 구매했다는 걸 인증했기 떄문이다. ‘굳이 불꺼진 매장에 들어왔어야 했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생각건대, 손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바로 CCTV가 있기 때문 아닐까. 점주가 없어도 CCTV가 어딘가에서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철없게도 그 사실을 간과했고, 손님은 인식했기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시물 맨 마지막 윗줄에 ‘알바생을 정리해야겠다’는 한문장이 서늘하다. 우리는 CCTV가 빅브라더처럼 감시하는 상황을 꺼린다. 그런데 위 상황에서처럼 CCTV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손님마저 담배를 그냥 가져갔다면 점주는 고스란히 손해를 뒤집어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짜 감동적으로 미쳐버린 시민의식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고신뢰사회’로 가는 길은 참 멀기만 하다.

 

참고 <미쳐버린 대한민국 시민의식 수준ㄷㄷ.jpg>, 보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