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 20대 시점

OST ‘언제나 몇 번이라도’로 유명한, 그리고 주인공 보다 존재감을 더했던 가오나시가 인상적이었던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애니가 국내에 개봉된 건 2001년이었는데, 내가 이 애니를 접한 건 성인이 된 이후였다. 물론 그 전까지 지독하게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센과 치히로’가 동일 인물이 아닌, 각각 다른 인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포일러만 챙겨봤더라도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어릴 때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정해준 스토리 라인 대로 주인공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당이 얼른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길 바랐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세상의 쓴맛(!)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장난스런 생각을 종종 할때가 있다. 예를 들면 포켓몬스터에서 호시탐탐 피카츄를 잡으려고 하는 로켓단의 불굴의 의지(매번 실패해도 계속 새로운 방법을 시도)는 박수를 쳐줄 만하다. 아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게시물의 글쓴이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던 마녀 유바바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했다.

 

 

어른이들이 많아서인지 커뮤니티의 댓글은 게시물 글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유바바가 온천장을 나름 합리적(?)으로 경영한다고는 하나, 이미 어린이에게 노동을 시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거다. 또 그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니라는 말도 있었다. 성인이 돼서 이 애니를 본 나로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이 깨지는 충격에 그 이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걸 보고 근로 계약과 관련한 고민을 할 줄이야. 그러지 않아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곳곳에는 제국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를 짓밟던 일본을 비판하는 장치가 숨겨져있다. 이렇기에 가끔은 애니메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참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 20대 시점. jpg>, Dogd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