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어도 아무나 못 하는 게 전교 1등이다. 그런데 전교 1등이라서 괴롭다고 하면 얼마나 얄미워 보일까? 하지만 실제 전교 1등의 하소연을 보고 있자니, 괴로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 문제만 삐끗해도 놓치는 게 전교 1등인데, 그걸 매번 해내야 한다. 마치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줄타기하는 기분. 조금만 삐끗해도 추락할 것 같다. 엄청난 압박감이다.
하지만 전교 1등만 잘한 건 아니지 않은가. 전교 2등도 얼마나 훌륭한 성과인가. 문제 한 끗 차이. 어쩌면 실력보다 운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차이. 그걸 두고 죽일 놈 살릴 놈 지지고 볶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나는 이런 압박이 사람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전교 1등은 그저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수하지 않는 삶을 따르고, 부담과 압박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정 반대다. 그들은 압박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실수를 겁내지 않는다. 실수하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렇게 말해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게 가슴 아플 따름이다.
“바늘로 코끼리를 찌르면 그저 따끔거리는 정도지만, 개미에게는 치명적이다. 높은 빌딩에서 떨어져도 개미는 무사하지만, 코끼리는 죽는다. 같은 고통의 무게도 인간의 슬픔도 그와 같다. 상대의 슬픔을 자신의 기준에서 재단하면 안 된다.”
인터넷이 떠도는 명언처럼, 1등에게는 1등 나름의 고통이 있다. 그 고통 때문에 잠재력까지 앗아가 버릴까 봐 걱정이다. 전교 1등의 고통 속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어두운 단면이 응축되어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최소한 전교 1등의 고통을 보며 얄미워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지혜만이라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 : 전교 1등하면 개같은 점,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