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이 동생들과 연락 끊은 사연

관습이란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사람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을 말한다. 과거에는 관습을 따르는 것이 미덕인 경우가 많았다. 사회 변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다른 문화와의 교류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정확히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생활 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그래서 종종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특히 가족 간에 다양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다음의 예시도 그런 종류의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위 상황을 보며 이기적인 동생들의 문제만 생각할 것이다. 일단, 동생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모시기를 회피하다가 제사 문제를 들고나오는 건 정말 염치없고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좀 더 넓게 바라보자면 효에 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큰형은 제사 대신 살아계신 어머니께 잘해드리겠다고 했고, 어머니도 그게 맞다고 했다. 과거처럼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절이라면,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문화가 바뀌고 생활이 바뀌었다. 죽음에 관한 인식이 변한 만큼 원하는 효도의 방식도 바뀐 셈이다.

 

관습의 좋은 점은 좋은 좋은 전통을 지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면 나쁜 점이 있다면, 늘상 하던 대로 생각 없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고 그런 만큼 늘상 해오던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혹은 적절한 일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죽고 나서 무덤을 만들기보다는 화장을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무덤을 매우 비효율적인 관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묘지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고, 자식들이 명절마다 먼 길 오가며 성묘하느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체 중 건강한 부위는 기증하고 나머지는 화장해서 가족 봉안당에 안치할 생각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끊임없이 변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것들이 불합리한 일로 바뀔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격변의 시기에 무엇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일인지 판단할 줄 아는 지혜와 판단을 따를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지혜와 용기를 얻는 데 책만큼 좋은 것이 또 없다)

 

참고 : 에펨코리아, 어머니 제사안지내겠다는 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