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물건을 고를때 가성비냐, 가심비냐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고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이다. 두 단어는 같은 의미를 가진 듯 하지만 조금 다르다. 가심비는 가격이야 어찌됐던 ‘만족’이 우선이다. 그것이 설령 고가일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합리적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론 저마다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다) 내재된 ‘비합리성’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가 떠올랐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유래했다.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인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긍정 마인드를 말한다.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면 잘 풀릴 것이라는 ‘자기충족적 예언’과 같은 의미다. 플라시보 효과는 효과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줬는데,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환자의 굳건한 믿음으로 인해 병이 호전되는 증상이다. 이 교수의 아내가 4시간 동인 저 좁은 박스에 있었다는 건, 객관적인 효과야 어찌됐든 ‘치유의 힘’이 들어온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 가끔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하는 힘을 가져다 주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하는 믿음의 힘은 참으로 ‘양날의 검’이다.
더 호기심을 자아내는 건 바로 기기가 사기인 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하고 있었던 남편의 행동이다. 과연 사랑하는 아내가 만족하는 모습에 행복해서였을까. 네티즌들의 촉은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4시간 동안 아내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효과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보면 사기 또는 유사과학 제품이라고 혹평하는 ‘오르곤 주입기’는 선전 문구 그대로 치유의 효과를 톡톡히 했던 셈이다. 아내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남편에게는 아내와 거리를 둠으로써 얻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아내의 믿음이 계속 통할 때만 유효하다.
참고 <모든걸 알면서도 구매한 교수.jpg>,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