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루함’이다. 책 <테크 심리학>에 따르면,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분업과 생산성을 강조했고 그에 따라 일이 단조롭고 지루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지루함이 현대인의 만성적인 질병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오락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화, 라디오, TV로 오락거리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오락거리가 다양해졌다고 지루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요즘에는 모두가 지루해 미칠 지경이니 결국 텔레비전을 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봤자 소극적인 지루함이 적극적인 지루함으로 바뀔 뿐이다.” 1961년 언론인 해리엇 반 혼이 쓴 글이다.
6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락거리가 인터넷, SNS, 게임으로 다양해졌을 뿐 지루함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진 기분이다. 잠깐의 지루함은 SNS나 게임으로 물리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간을 뺏기게 되고, 결국 기분만 나빠진다. 근본적인 지루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지루함을 창의력으로 전환하라고 말하고 싶다. <테크 심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등장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심리학자 카렌 게스퍼는 지루함과 창의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운송 수단’을 떠올리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자동차’라고 말했지만, 지루한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낙타’ 같은 창의적인 답변을 쏟아냈다고 한다. 연구진은 지루함이 우리 뇌에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다’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지루함은 우리에게 창의력을 부과한다. 나는 이 과정이 만화에서 기를 모으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지루함이 쌓이다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엉뚱한 생각, 창의적인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다. 지루함에서 벗어나려고 TV나 스마트폰에 신경을 쏟으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끌어모은 창의력을 업무에 쏟아부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일 자체를 지루하게 여긴다면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취미에 쏟아붓는 건 어떨까? 여기서 말하는 취미란 TV 시청이나 인터넷 서핑 같은 멍 때리는 일이 아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글을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다. 취미로 유튜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루함이 넘쳐나는 현대인에게 창조적 활동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지루함을 창조적인 활동으로 전환하라. 지루함에서 창의력을 끌어내라. 그럼 지루함이 질병이 아닌 재미의 원천이 될 것이다.
참고
1) 요즘 현대인들에게 종종 있다는 증상들, 더쿠
2) 책 <테크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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