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연봉이 1억이 넘는 나라가 있다. 택시 운전으로 1억이라니 완전 땡큐인걸까? 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정말 억소리 나게 힘들어 보인다.
영국 택시 기사들은 GPS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1700년대 귀족이 타던 마차의 마부법에 따라 마부가 지도를 보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이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험도 초월적으로 어려운데, 25,000개의 도로와 지형지물 1,400개의 위치를 직접 외워야 하며, 복잡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작은 골목과 도로에 대한 모든 정보, 운행 예상 시간과 안전 정보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만 최종 합격이 가능하다.
합격까지 7,000시간 정도(3~4년) 소요된다고 한다.
최종 시험의 경우 면접관이 두 곳을 무작위로 부르면 수험자는 이쪽 장소에서 조쪽 장소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루트를 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길의 이름을 빼먹으면 탈락, 최단 루트가 아니어도 탈락이다. 정말 후덜덜하다.
‘천재인가? 어떻게 그 많은 길을 전부 외우지?’ 그래서 영국의 뇌과학자들이 택시 기사들의 뇌를 연구해봤더니 보통 사람보다 해마가 훨씬 더 컸다고 한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중요한 뇌 기관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런던 택시 기사들이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단련하면 계속 성장한다”는 ‘뇌 가소성’의 살아있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다만, 요즘 같은 세상에 GPS도 보지 못하게 하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격까지 3~4년이니…) 그런데 댓글 의견을 보니 이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닌 듯하다. 영국 택시는 높은 커트라인 덕분에 기사들의 직업 자부심도 높고, 그에 따라 서비스도 굉장히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낮은 택시 서비스 수준을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대신 우리나라는 택시 요금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반면 영국은 우리나라의 2.5배 정도 된다)
런던의 상징이라는 블랙 캡! 나중에 영국에 가게 되면 기념 삼아서라도 꼭 한번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비용이…)
참고
1) 택시기사 연봉이 1억이 넘는 나라, 이토랜드
2) 영국 택시기사가 고연봉인 이유,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