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아끼는 동생이 있는데, 이유는 항상 명랑하고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어느 날 연락해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했다. “내일 첫 출근인데 벌써부터 긴장돼요. 너무 떨리고, 손에서 땀이 나고, 미치겠네요.” 그토록 명랑한 사람도 첫 출근은 긴장할 수밖에 없나 보다. 사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게 정상이다.
처음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똘똘한 사람도 며칠 만에 바보가 되는 곳이 있는데 바로 군대다. IQ 200이 와도 이등병이 되면 어리바리 하느라 바쁘다. 실수를 연발하고, 멍청한 질문을 쏟아낸다. 별수 없다. 걷는 것부터 화장실 가는 법까지 새롭게 배워야 하는데 누가 단숨에 적응할 수 있겠나. 세상에 어리바리하지 않은 이등병은 없다.
이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타인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한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혹시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데 누구나 바보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시절이 있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다. 신입사원은 얼빵하고, 이등병은 어리바리하다. 이걸 비웃는 사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 괜히 쫄 필요 없다. ‘어쩌라고! 너도 이랬거든?’하고 무시하자. 인생 쫄지 않고 사는 첫 번째 방법이다.
처음을 지나고 익숙해지면 또 다른 압박이 시작된다.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잘못하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맴돌면 잘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못한다. 절망의 고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최악의 상황만 떠올린다. 그렇게 위축되고, 소심해지고 주눅든다.
그런데 이렇게 망상처럼 최악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최악을 떠올리면 오히려 용기를 얻을 수 있다. 한번 지금 나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회사에서 잘리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고, 절대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취업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또 도전할 수 있다. ‘까짓 거 죽기보다 더 하겠어?’라고 생각하면 최악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두려운 일은 아니다.
사실 최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망상처럼 떠올리는 악몽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보고서 한 번 잘못 썼다고 해고 당하지는 않는다. 프레젠테이션 한 번 망했다고 프로젝트가 중단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더욱더 쫄 필요가 없다. 최악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인생 쫄지 않고 사는 두 번째 방법이다.
바보가 되어도 좋다. 실패해도 좋다. 다음에 잘 하면 된다. 이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다음에 잘 한다는 말은 당신이 성장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바보여도 괜찮지만, 나중에도 바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실패해도 되지만, 계속 실패하면 안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성장하면 된다. 다음에 잘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의 실수도, 실패도 모두 괜찮은 일이 된다. 그러니 걱정과 고민에 휩싸여 주저앉지 말자. 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