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글을 읽는 날은 어떤 날인가? 혹자에게는 생일일 수도, 혹자에게는 가장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념일 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달력에 나온대로 몇월 몇일 무슨 요일일 것이다. 삶에서 생일 이외에 나를 위하건 또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한 것이건, 기념일은 평소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 등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보았다.
안 쓰고 장기 보관하던 걸 간만에 꺼냈는데, 비번이 하필 사귄날이었고 그것을 잊고 있었다니… 댓글에는 이 글에 나오지 않는 남편의 하루가 어떻게 됐을 지 걱정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맥락상 남편은 결혼 이후 줄곧 사귀기 시작한 날을 잊고 살았을 것 같다. 아내가 이를 두고두고 참고 있다가 간만에 꺼낸 맥북에어에 맞춰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이제 남편은 해마다 ‘사귄 날’도 ‘결혼기념일’ 못지 않게 챙겨야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누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정적 순간’을 만들기도 하고, 맞이하기도 한다. 이왕이면 보다 더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것이 더욱 좋지 않을까. 칩 히스, 댄 히스 형제의 저서 <순간의 힘>에 따르면 결정적 순간은 우리의 인생을 형성하고 구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결정적 순간은 크게 고양과 통찰, 긍지와 교감으로 나뉘는데 위 사연의 경우엔 고양과 교감을 불러 일으키는 순간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사귄날이 비번인 맥북에 아내와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파일들을 넣고 매년 8월 26일마다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아무쪼록 어떻게든 사귄 날을 상기시켰으니, 이를 다시 부부의 관계를 보다 더 좋게 만드는 기회로 만들길 바랄 뿐이다.
참고
1. <와… 와이프 맥북비번 진짜 소름돋네요…>, 웃긴대학 등
2. <순간의 힘>, 칩 히스·댄 히스,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