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주변에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소화한다. 남들이 한 가지 일을 처리할 때 그들은 둘, 셋… 열 가지 일을 해낸다. 그러면서 가정도 돌본다. 애를 셋이나 키우는 분도 있다. 동시에 책도 많이 읽는다. 나도 본 적 없는 유튜브 영상을 줄줄 꿰고 있다. 그러면서 잠도 푹 잔다. 안 그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나더러 잠을 푹 자라고 한다. 아니 이분들은 무슨 다른 차원에 사는 건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라도 되나?
처음 이런 사람을 만나면 그저 일 중독자처럼 느껴진다. 상대가 불행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우, 저렇게는 못 살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론 진짜로 일만 바라보느라 인생이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슈퍼맨, 원더우먼은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가정을 돌보는 데도 매우 헌신적이다. 일과 생활 모두를 잘 해낸다.
그러면 튀어나오는 소리가 질문으로 바뀐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세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허허 웃고 만다.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라고 말하면 얄미워서 꿀밤이라도 멕이고 싶다. 운이 좋게도 나에게는 이런 질문에 가르침을 주는 슈퍼맨이 한 분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매서운 팩폭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네가 실력이 없으니까 그렇지! 일 잘해서, 적은 시간 일하고 똑같은 성과를 내면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말이 쉽지… 그럼 실력은 어떻게 키우란 말인가? 아니 도대체 실력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가르침을 주는 슈퍼맨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업무를 보지만, 같은 일을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어깨너머로 배워야 한다. 역시나 슈퍼맨은 말도 안 되는 분량으로 일을 해낸다. 내가 하루에 일 2개를 겨우겨우 끝낼 때, 슈퍼맨은 5~6개씩 해낸다. 그러면서 다른 일도 한다. 아이도 돌본다. 책도 더 많이 본다. (뭐야 이거? 무서워…)
그런데 그 비결이라는 게 사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내가 일 하나에 2시간 걸릴 동안, 슈퍼맨은 같은 일을 30분 만에 해낸다. 처음에는 이걸 보며 별생각이 없었다. ‘이게 실력이구나. 나는 그럴 실력이 없구나.’라고만 생각했다. 끝내는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나는 저렇게 못 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슈퍼맨은 저 멀리 앞서나가는데, 그걸 쫓는 나는 가랑이만 찢어졌다. 삶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시간 없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뒤룽뒤룽 허송세월 보내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먹고, 자고, 일하고, 운동하고, 책 읽고… 매일을 빡빡하게 살았다. 그런데 뭔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나는 시간이 모자라 허덕이는데, 슈퍼맨은 시간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슈퍼맨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왜 2시간의 벽을 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팍! 하고 깨달았다. 왜 나는 못 할 거라고 생각했지? 나도 30분 만에 해내면 되는 거 아닌가? 2시간 일을 30분 만에 해내는 게 실력이라면,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의식적 노력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설령 30분 만에 해내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는 것 아닌가? 시간이 없다면, 시간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고정형 사고방식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해보면 할 수 있을 텐데, 혹시 실패해도 작은 성장은 있을텐데, 왜 도전하지 않았을까? 왜 마냥 못한다고만 생각했을까? 이렇게 반성함과 동시에 후회도 몰려왔다. 시간 없다고 헉헉거리며 지내는 동안 성장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도전적인 목표가 없는데, 아무리 힘들게 살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아주 조금은 성장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가졌다면 성장 추진력은 말도 안 되게 높아졌을 것이다. (이제는 시간 단축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나는 워라밸이 지켜졌으면 한다. 온종일 일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동시에 성공하고 싶다.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건물주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순 없다. 정말 간절하게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워라밸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사람과 경쟁하면서 여유를 부르짖는 것은 이길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것은 평범한 사람의 생각이다.
슈퍼맨은 성공과 워라밸의 모순을 깨부순다. 다른 사람이 2시간에 할 일을 1시간 만에 해낸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는 시간만큼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아니면 남는 시간까지 일에 투자하여 2배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어떻게 해내냐고? 그걸 고민하는 게 의식적 노력이고, 그걸 해내는 게 실력이다. 고정형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자마자 당장 머릿속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 된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게 있다. 빨리, 많이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잘해야 한다. 성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빨리, 많이는 효과가 있다. 많이 시도하면 그만큼 나아지게 마련이다. 질양전환은 존재하지 않지만, 양질전환은 존재한다. 거기다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복잡계에서는 많이 시도하는 것만큼 좋은 전략이 없다.
슈퍼맨의 정체는 시간을 만드는 연금술사였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냐면, 그 많은 일을 남보다 빨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슈퍼맨처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고민하고 도전했던 결과가 일 잘하는 지혜로 나온 것이다. 워라밸을 지키고 싶다면, 동시에 성공도 하고 싶다면, 나도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남보다 빨리해내야 한다. 그렇게 야금야금 아낀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서 나를 위해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의식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는 슈퍼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