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100억원 당첨자 1년 후 근황

미국은 땅덩이도 넓고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로또 당첨 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때가 있다. 2016년 2월,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데이비드와 모린 부부는 파워볼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 당첨금은 528,784,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100억 원에 달한다. 30년 동안 매일 5천만 원씩 써도 다 쓰지 못하는 엄청난 거금이다.

 

 

당시 부부는 30년간 연금처럼 나눠 받는 대신 세금을 제외하고 3,700억 원을 한꺼번에 받는 일시불 수령을 택했다. 돈이 급했던 걸까? 사업이라도 하려는 걸까? 하지만 남편 데이비드는 기자회견에서 “축하 파티 같은 것은 없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살아갈 것. 당첨금으로 사업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다. 자선 재단에도 기부하고 투자 등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부부는 발언한 그대로의 삶을 살았다. 여전히 당첨 전에 거주하던 3억 원짜리 집에 살고 있으며, 기존에 다니던 상점과 식당을 찾고 있다. 주말마다 복권을 구매하는 것도 그대로다. 특별히 돈을 쓴 게 있다면 남편의 차를 업그레이드하고 아내가 테슬라의 1억 원짜리 새 차를 구매한 정도? 이웃도 “여전히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항상 친절하고 겸손하다.”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통 큰 씀씀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부는 플로리다에 있는 공립학교에 1억 1,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기부했다. 정말 당첨 직후에 밝힌 계획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내 생각에 이 부부는 돈과 행복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 과연 얼마나 벌어야 행복할까? 강은택 서남대 교수의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소득 8,800만 원까지는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만족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돈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구원 수를 고려하면 1인 8,800만 원, 2인 1억 2,445만 원, 4인 1억 7,600만 원이다)

 

 

물론 행복의 포화 지점이 꽤 높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은 더 벌면 벌수록 행복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난 언제 연봉 8천을 찍어보나…) 하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유효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신발을 수억 개 사는 것도 아니고, 끼니마다 몇백만 원씩 쓰는 것도 아니다. 돈 걱정이 없는 부자가 되었다면, 돈을 뛰어넘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데이비드와 모린 부부는 복권이 당첨되기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사는 집과 이웃에 만족하고, 평범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고급 저택에 살고, 수십억 짜리 차를 살 필요가 없다. 그거야말로 남 보여주기식 허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타인을 돕는 데서 행복을 찾는 게 더 확실해 보인다. 이를 알기에 기꺼이 거액을 기부하지 않았을까?

복권에 당첨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행복의 비결을 알고 있었기에, 이 부부야말로 진정한 위너가 아닐까 싶다.

 

참고
1) 미국 6100억원 당첨자 근황, 이토랜드
2) [기획] 돈〓행복 ‘비례 법칙’ 안 통한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