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은 로또 당첨을 꿈꾼다.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 10억만 받아도 좋을 것 같다. 대출금 갚고, 차도 사고, 운 좋으면 집도 사고. 그러면 허리띠 졸라매느라 팍팍해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좋기만 하다.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른 듯하다. 로또로 인생 역전하는 줄 알았는데, 끝내 좀도둑으로 전락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부산에서 상습적으로 좀도둑질을 하다 검거된 A 씨(39세). 그가 경찰에 잡힌 덜미는 바로 로또였다. 택시를 타며 도주하다 “예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다.”라며 자랑했고, 경찰은 이를 단서로 로또 당첨자를 추적해서 A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A 씨는 2006년에 로또 1등에 당첨되어 14억 원의 거금을 손에 쥐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20억 정도 된다) 하지만 그 돈을 도박장과 유흥업소에 탕진했고, 로또 당첨 8개월 만에 좀도둑으로 전락해 금은방을 털다가 검거되었다.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도 여전히 좀도둑질을 전전하다 이번에 또 잡혀들어갔다. 그것도 로또 당첨 사실이 발목을 잡혀서 말이다.
이걸 보면 로또가 당첨되었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예전에 로또 당첨 1년 후기 글을 봤는데, 그 글을 쓴 사람도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고 적었다. (물질적 변화보다는 심리적 변화가 더 크다도 한다. 안정감과 여유가 생긴다고…) A 씨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일시적으로 생활 수준이 올라갈 수 있었지만, 다시 좀도둑 생활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행복 수준을 연구했는데, 일반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복권에 당첨된 순간 행복도가 올라가지만, 그 효과는 불과 몇 개월 뒤면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불행한 일에서도 반복되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행복 수준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역시 사고 직후에는 커다란 불행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과 행복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본래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강한 탄력성을 지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복의 자동온도조절장치’라고 부른다. 경제학적 용어로는 ‘평균 회귀’라고 볼 수도 있다. 일시적인 일은 마음에도 일시적인 일로 남을 뿐이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행히도 행복의 기본 수준은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긍정적인 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 감사하는 마음. 규칙적인 운동. 이타적인 태도. 이런 것들이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여준다. 판에 박힌 말이지만, 믿음, 소망, 사랑 이런 것들이 행복의 키워드인 셈이다.
인생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한 방에 바뀌진 않는다. 한 방에 바뀐 인생은 언젠가는 본래 수준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행복해지고 싶다면, 매일 조금씩 노력하자. 행복의 기본 수준을 끌어올리자. 노력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자. 어쩌면 행복이란 그런 삶을 일컫는 또 다른 단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참고 : ’14억’ 탕진한 로또 1등…씀씀이 못 줄인 채 좀도둑 전락,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