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비밀을 알게 된 아내와 남편의 카톡 내용이 화제를 모았다. 내용을 보니 화제를 모을 만도 하다. 반전을 부른 처제의 ‘인상평’도 인상적이지만, 글 전반에서 느껴지는 치열한 심리전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었다. 대화 속에서 어떤 심리적 효과를 읽을 수 있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1) 왜 처제는 형부를 싫어했을까?
아무리 일기라지만, ‘모지리, 쓰레기’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 보니, 형부를 바라보는 처제의 첫인상이 정말 별로였던 것 같다. 사실 이 집안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부나 며느리처럼 새로운 가족이 생길 경우 첫인상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신체 주변의 일정 공간을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상대와의 친밀도에 따라 접근을 허용하는 거리가 나누어진다. 예를 들면 15~45cm는 친밀한 거리이고, 1.2~3.6m는 사회적 거리이다. 그래서 충분히 친밀하지 않은 상대가 친밀한 거리까지 들어오면 어색함과 거부감을 느낀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이를 가지고 ‘근접학’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처제 입장에서 형부는 친하지도 않은데 덜컥 친밀한 영역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결혼 전부터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냈으면 모를까,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가족이니까 친하게 지내’라고 하면 거부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느껴진 거부감이 강렬한 표현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이걸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일기장에 적었다는 점에서, 나는 오히려 처제가 나름 점잖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처제는 지금도 형부를 싫어할까?
사람 마음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기에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대강 추측해보자면, 지금은 형부를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노출효과’ 때문이다. 노출효과는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가 정립한 이론으로 ‘자주 접촉해서 익숙해지면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속담에도 ‘자꾸 보면 정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것과 같은 의미다.
처음에는 형부에게 거부감이 들었어도, 가족인 이상 자주 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호감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에 더해 시간이 지나면서 적절한 거리감을 찾아가면 거부감은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우리 형부면 최고지. 언니가 땡 잡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3) 노련한 아내의 전달법
표면적으로 보면 아내가 동생 이야기를 남편에게 고자질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면 오히려 동생을 변호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내는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지 않고, 일단 동생 흉부터 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중간쯤 가면 남편이 되레 ‘동생하고 싸웠어?’라고 걱정할 정도다. 그러다 핵심을 말할 때가 되자 “어려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줘야 돼?”라는 식으로 말한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이해해주기에는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긴 했다…
그래도 이런 접근 방식이 노련한 것은 사실이다. 상대로부터 저항이 예상될 때, 이를 누그러뜨리는 방법의 하나는, 상대의 저항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다. 처제의 비밀을 밝혔을 때 남편으로부터 예상되는 반응은 당연히 처제를 흉보는 일이다. 그래서 아내는 자기가 먼저 처제 흉을 봐서 상대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고자 했다. 남편 반응이 영 떨떠름하긴 하지만, 그래도 노발대발하는 게 아닌 걸 보면 나름의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덧. 애당초 남의 일기장을 안 봤으면 이런 대화가 벌어질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속마음이 있고 이를 털어낼 공간도 필요한 법이다. 비밀로 적어 둔 이야기는 비밀로 남겨두는 것도 인생을 사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참고 : 처제와 남편의 관계를 알게된 아내, 개드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