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서 ‘800억짜리 돌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 정체는 57,500캐럿, 11.5kg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에메랄드였다. 경매 예상가는 무려 800억 원. 상상도 못할 크기와 가격이라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해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 에메랄드가 경매에 올라온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보석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12년 1월 26일로 캐나다의 경매장에 출품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보석에는 테오도라(Teodora)라는 이름도 붙어 있는데 스페인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브라질에서 발견돼 인도에서 연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에메랄드의 가격은 800억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짜였기 때문이다. 감정 가격은 11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억 원이었다. 아니, 가짜라는데 왜 이렇게 비쌀까? 왜냐하면 이 돌멩이가 에메랄드인 것은 맞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얽혀있다.
에메랄드는 베릴(녹주석)이라는 광물의 한 종류이다. 베릴은 대부분 베릴륨(beryllium)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래는 흰색이지만, 결정 구조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면 다양한 색상을 띄게 된다. 크로뮴(Cr)이 들어가면 초록빛을 띠는 에메랄드가 되고, 2가 철 이온(Fe2+)이 들어가면 하늘색을 띠는 아쿠아마린이 된다. 가장 희귀한 것은 3가 망간 이온(Mn3+)이 들어간 레드 베릴이라고 한다. 에메랄드의 경우 초록색이 진하고 어두울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감정 결과 테오도라는 녹색 베릴, 즉 에메랄드는 맞았지만, 녹색을 더욱 진하게 하기 위해 염색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워낙 거대한 크기 때문에 13억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고, 경매 측에서는 크기에서 오는 희소성을 고려해서 28억 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에메랄드 주인은 사기죄로 체포되었다…)
이렇게 커다란 에메랄드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기 행각이었고,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결말이 쏙 빠진 채 800억이라는 정보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녔다는 점이다. 나도 처음에 글을 쓰고자 할 때는 이런 내막을 알지 못했다. 한 커뮤니티 댓글에 가짜라는 언급이 있어서 찾다 보니 경매 상황부터 에메랄드의 지질학적 성질까지 찾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만큼 제대로 알아보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제 : 덮어놓고 웹서핑하다 보면 이런 것도 알게 되더라
참고
1) 800억짜리 돌맹이, 이토랜드
2) 세계 최대 57,500캐럿 에메랄드 공개, 국회뉴스
3) “Teodora” World’s Largest Emerald is Fake !!, Geology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