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누군가는 ‘회사 생활의 개 같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 종사하는 것을 직업이라 하고, 발전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을 사업이라고 한다. 모든 직장인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있는 이유는 직업을 떠나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직서는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출사표이기도 하다. 여기 한 출사표가 인터넷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중국의 한 선생님이 쓴 사직서라는데, 폭풍 패기를 보여준다.
정말 사직서가 아니라 출사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어땠을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도대체 이렇게 패기 넘치는 사직서를 쓴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중국 허난성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구사오창(顾少强)이다. 그녀는 2015년 단 10글자짜리 사직서를 제출하고 11년의 교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사직서를 낸 후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말 넓은 세상을 제대로 보았을까?
사직서를 내고 3달 뒤, 그녀는 운남성의 한 객잔에 머무르다 자신처럼 꿈을 좇아 사직한 사람을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결혼했고, 이후 청두에 정착해 객잔(중국의 여관+하숙집)을 차리고 아이도 낳았다. 이후 2년 동안 아이와 함께 중국의 모든 성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매년 2개월 이상 여행을 다녔고, 여행기를 바탕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그녀를 두고 “왜 세상을 보러 가지 않고 객잔에 정착했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세상을 둘러보고 있다. 그저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도 쓰고 객잔도 운영한다. 세상을 보겠다는 말이 무작정 정처 없이 떠돌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허난성의 교사 생활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들어섰다. 언젠가 능력이 된다면 중국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여행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활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가는 것이 10글자에 담긴 패기와 용기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덧. 누군가가 번역이 10글자가 넘는다고 꼬투리를 잡자 달린 댓글…. 이런 미친 창의력쟁이들 ㅋㅋㅋ
참고
1) 차이나랩, 네이버 포스트
2) 어느 중국인의 사직서.jpg,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