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전, 배우자와 다퉜다는 친구를 만나 얘기를 들어줬다. 그동안 불만이 많이 쌓인 듯 보였다. 기념일 때마다 여행을 가고, 이벤트를 열어줘도 시큰둥하하다거나 자기계발을 할 생각이 없는 듯 가정과 회사생활에만 매달리는 모습에 서운함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친구 역시나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저런 일들을로 치이는데,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배우자로부터 정서적인 공감과 위로를 받지 못하는 게 큰 아픔이라고 했다.
이 친구 뿐 아니라 결혼한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늘 느끼는 생각은 정말 몇 십 년 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돌고 있는 결혼 관련 게시물을 보았다. 글 작성일은 지난해 설 연휴 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의 메시지는 두고두고 공유될 만한 것이었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배려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행동을 어느 날 하지 않거나 또는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내가 상대방에게 베푼 행동들을 비교하면서 억울함을 느끼게 되고,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분리수거를 예로 들었다. 평소 꼼꼼한 아내가 분리수거를 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야근 등의 일정으로 분리수거를 못하고 남편 역시 집에서 남은 회사 일을 하느라 이를 챙기지 못했을 때의 상황.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아내가 남편에게 “집에 있으면서 왜 분리수거를 못했냐”고 다그친다면, 남편은 이를 공격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 그럼 남편 역시 화가 나서 “원래 당신이 할 일!”이라고 되받아친다면, 이것이야 말로 부부 갈등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불만이 계속 쌓였을 때, 가정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런 상황의 누적을 막기 전에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른바 ‘생각의 전환’이다.
매번 귀찮게 요청과 협상을 해야하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서 또 하나 명심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부부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파트너지만 각자의 인생을 사는 개인인 것이다. 서로에게 갖는 기대 이전에,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렇다면 요청과 협상의 시간은, 사회생활에서 말하는 냉정한 ‘딜(거래)’이 아닌,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대화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아무쪼록 내 친구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가정 공동체가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변화될 지언정,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 <결혼생활 당연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웃긴대학(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