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그 어떤 변명도 필요없는 자리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 우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코로나19. 사람들은 봄이 되면 끝나겠지… 여름이 되면 끝나겠지… 막연한 희망을 가져봤지만 소용없었다. 4월 들어 확진자 수가 한자리를 기록했던 그때가 무색하게도, 지금은 매일 두자릿수 정도의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는 감기보다 더 독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할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며, 불편한 공존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중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불안에 사로잡힌 여론 사이에서 성실한 상황 브리핑과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는 방역당국에 감사드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에서 <뿌리깊은 나무 명대사>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뿌리깊은 나무’는 2011년 SBS에서 방영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다.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뤘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컷은, 세종(한석규 분)이 자신의 사람들이 우리의 고유 문자를 만들다가 의문의 죽음을 잇따라 당하자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탄식하는 내용이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다.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라는 자리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라는 부분에서 숨이 턱 막혔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외로움과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여, 그 무게를 견뎌라’는 옛말처럼 리더의 덕목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대사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불미스런 사건으로 전국의 지자체장의 잇단 사퇴와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석이 생겨나면서, 오늘날 리더의 자세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터넷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과거의 기록과 정보의 공개가 자유로워졌기에, 리더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분명한 것은, 리더의 자리는 무거우며 권리를 챙기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가장 먼저 챙기고 늘 고민해야한다는 거다. 그래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큰 사건들과 사람들에게 더욱 아쉬움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저 이를 지켜보는 소시민의 위치에서,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챙길 뿐이다.

 

참고
1) <뿌리깊은 나무 명대사 세종대왕 리더십 명언> 인벤, 드림코칭 블로그
2) <천문: 하늘에 묻는다>,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