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는 현실에서도 악질일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아주 고약한 문화가 탄생했다. 바로 트롤링이다. 일부러 못된 짓을 하면서 사람들이 발끈하는 걸 보고 즐기는 족속이다. 처음 이런 유저가 등장했을 때는 질책하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트롤링의 빈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온라인에서 트롤링 하는 게 아주 당연한 문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바로 게임이다. 시작하자마자 욕과 함께 부모님 안부 묻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러 게임을 망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트롤 없는 판을 만나기가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트롤 만나면 지는 거고, 안 만나면 이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롤링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실제로 트롤링에 지쳐 이탈하는 유저가 발생할 정도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 연구팀이 게임 속 트롤이 현실에서도 악질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1,800명이 넘는 자사 직원들의 채팅 기록을 분석했다.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면서 남긴 기록이었다. 그 결과, 게임에서 드러나는 유해성과 직장에서 보이는 무례함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들이 게임에서 트롤링을 한 비율은 1.5%에 불과했지만, 해고당한 직원 중에서는 25%나 되는 사람이 트롤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팀장급 이상의 직원 중에서는 트롤링의 징후가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다. 게임에서 새는 바가지가 현실에도 새는 셈이었다.

 

 

현재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아이디를 밝혀야만 입사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회사는 지원자가 온라인에서 무례하게 행동했는지를 파악하고, 트롤이라고 판명되면 채용 담당자에게 그 정보를 전달한다고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무례함과 정중함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온라인 행동이라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라이엇 게임즈는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고 한다.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 모인 직장이니 분위기와 조직 문화가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입사 지원자들의 SNS를 검토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취업 활동 전에 SNS부터 정리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순간만 반짝하는 대처는 언젠가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인성은 꾸며내는 게 아니다. 몸에 배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악플러로 사는 사람이라면 현실에서도 알게 모르게 악담을 뱉고 다닐 확률이 높다.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대어 함부로 행동했다면, 그런 행동이 어떻게 몸에 배어드는지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나부터 항상 정중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참고 : 책 <무례함의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