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는 것과 지혜로운 것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통은 많이 아는 사람이 더 지혜로운 편이다. 하지만 이는 경향일 뿐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꼭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많이 배우지 못했더라도 누구보다 지혜로운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동시에 어떻게 그렇게 지혜로울 수 있을지 그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27세의 호주 여성 홀리 부처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녀의 글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선사해주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며 각종 언론에 실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떻게 이처럼 지혜로워질 수 있었을까?
“당신은 오늘 차량 정체에 갇혔을지도 몰라요. 아기가 깨우는 바람에 잠을 설쳤을 수도 있고요. 또는 미용사가 머리카락을 너무 짧게 잘랐거나 셀룰라이트가 배에 생겼을지도 몰라요. 그런 엉터리들은 다 잊어버리세요. 죽을 때가 되면 절대로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요. 인생 전체를 놓고 생각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누가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어도 당신에게는 상황을 변화시킬 힘이 있어요. 회사에서도 그렇고 사랑도 그래요. 나쁜 상황을 좋게 변화시키겠다는 용기를 가져요. 지상에서 보낼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비참해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요.”
“나는 27살이에요. 죽고 싶지 않아요. 인생을 사랑하고 행복해요. 이 모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내 꿈은 가족과 한 번 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예요. 연인이나 강아지와 하루 더 있고 싶어요. 딱 한 번만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자연으로 자주 나가세요.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를 듣고 뜨는 해가 만드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세요. 친구들과 대화하세요. 전화를 걸어요. 오늘 잘 지냈나 물어보세요. 원하면 여행을 가고 원치 않으면 여행을 가지 말고요. 일하기 위해 살지 말고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세요. 하기 싫은 일에는 ‘No’라고 꼭 답하세요.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인생을 살 필요는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고 모든 것을 주면서 사랑하세요. 여기까지 한 젊은 여자의 인생 조언이었어요. 받아들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아요. 난 괜찮아요.“
그녀가 전하는 말에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바로 ‘죽음’이다. 홀리 부처는 뼈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유잉육종이라는 병에 걸렸다. 비록 27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녀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었던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그녀는 같은 나이의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울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감동과 영감을 얻는 지혜의 말을 남길 수 있었다. 특히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해주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고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우리가 가진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무엇을 먼저 할지, 무엇을 하지 말지 정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이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리고는 세월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한다. 더 웃긴 것은 그렇게 후회할 걸 알면서도 인생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우리의 인생 자체가 한정적이라는 걸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돈은 눈에 보이는 압박이라도 받는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에 시간 아까운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면 다들 죽음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이 자기 일이고, 언젠가 마주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시간이 끝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그러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생긴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전설로 남은 스탠퍼드 연설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하루를 살아도 마지막인 듯 살아라. 이 구절은 퍽 인상적이었고, 그 후로 33년 동안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묻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던 일을 할 것인가?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곧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내가 찾은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나는 그것 덕분에 인생 최대의 선택을 할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기대, 모든 자만심, 실패하거나 창피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등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다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바쁘다. 바빠서 가족도 챙기지 못하고, 친구 얼굴도 못 보고,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쳇바퀴를 헉헉대며 뛰어가다가 기진맥진 지치고 나서야 묻는다. “뭣이 중헌디?”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중요한 것만 남기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홀리 부처와 스티브 잡스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바로 죽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삶이 아닌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의 멋진 인생이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 죽음을 떠올렸다가 우울하고 비관적이 될까 봐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 뒤에 이어지는 생각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것들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이 깨달음은 금세 휘발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다른 이야기들처럼 잊힐 것이다. 하지만 이걸 잊지 않고, 잡스처럼 매일 떠올리고, 완전히 삶에 체화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이나 지식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당신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참고 : 책 <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