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의대에 가겠다는 5수생 딸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대단하고 고집센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흔들리는 존재가 돼 버려, 끝내 자식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예외인 경우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속담이 돌고 도는 것보면 ‘내리사랑’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스물 넷 딸을 둔 어머니의 사연이 올라왔다. 어머니의 고민은 ‘죽어도 의대에 가겠다는 딸’ 이야기였다. 딸은 청소년기에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검정고시로 과정을 마쳤고 스물 한 살 때 의사가 되고 싶다며 부모의 도움을 구했다고 한다. 첫번째 수능은 실패, 결국 1년의 재수 끝에 간호학과에 붙었지만 입학하자마자 다시 수능을 보겠다고 했단다. 딸의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딸의 고집에 못 이긴 어머니는 다시 한번 남편을 설득했다. 그리고 또 수능을 봤지만 의대는 고사하고 성적에 맞춰 다른 대학교의 학과를 진학했다. 어느 덧 24살이 늦깎이 신입생이 돼 버린 딸은 입학을 결정했지만 다시 또 수능을 보겠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의 하소연에 부모로서 더 잘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딸이 처한 현실 걱정에 괴롭다고 했다.

 

딸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어머니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댓글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딸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수능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커뮤니티의 여론이었다.

 

 

어머니의 사연을 읽고 나서, 커뮤니티의 여론이 백번 옳다고 생각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딸에 왜 끝까지 의대를 고집했는지, 왜 의대를 가야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그리고 의대를 가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의식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되짚어봐야한다. 공부를 잘 한다는 건 유명 강사가 있는 학원과 비싼 교재가 완성시켜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습한 내용에 대한 이해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데, 딸은 그저 학원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만 의존한 건 아닌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딸의 나이가 20대 중반이다. 딸과 같은 또래 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하거나 대학원을 진학해 보다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나이다. 그리고 정말 본인이 의대 진학을 꿈꾼다면, 의사가 되고 싶은 동기가 충분하다면 이에 대한 모든 준비는 본인이 꾸려나가야 한다. 아무쪼록 어렵게 사연을 쓴 어머니를 위로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어머니 자신과 가족 무엇보다 사랑하는 딸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애정어린 냉정’이 필요한 때다.

 

참고 <죽어도 의대에 가겠다는 5수생 딸.JPG>,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