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원천은 입금에서 나온다.” 작곡가 김형석이 한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열정은 내적 동기에서 나오고 돈은 외적 동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내가 볼 때는 아니다. 일단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다. 어떤 것의 가치를 평가할 때 돈만큼 적나라한 게 없다. 그래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잘 팔리는 결과물을 만든 데서 오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또한 돈은 생존을 위한 필수다. 생존은 외적/내적을 따질 필요가 없는 최강의 동기부여다. 여기에 가족의 생존까지 더해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번다는 생각까지 미친다. 이런 식으로 돈은 기본적으로 외적 동기이지만, 동시에 내적 동기도 될 수 있다. 괜히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돈이 주는 동기부여는 이렇게나 강력하다.
이런 돈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게시물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주문제작 케이크를 판매하는 사장님의 카톡 내용이었는데, 입금 전후에 이모티콘 사용 빈도가 달라지더라. 여기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익명 처리 이름까지 적절하게 들어가면서 큰 웃음까지 주었다.
이 게시물을 보고 든 생각은 ‘사장님이 장사 정말 잘하신다’라는 점이었다. 이런 말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돈 받고 나서 친절한 것보다 돈 받기 전부터 친절한 게 더 좋은 거 아닌가?’라고 말이다. 문제는 항상 친절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감정 소모도 심하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불친절하라는 말은 아니고, 더 친절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럼 선택을 해야 한다. 입금하기 전에 더 잘해줄 것인가? 입금하고 나서 더 잘해줄 것인가? 아마 장사하는 분들은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신규 고객에게 더 많은 친절과 혜택을 줄 것인가? 단골에게 더 많은 친절과 혜택을 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순간의 힘>이다. 책에 따르면 만족도가 높은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만족도가 1인 고객을 4로 끌어올리는 것보다 만족도가 4인 고객을 7로 끌어올리는 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즉,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이미 단골인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게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비결이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특히 배달 음식의 경우 쿠폰을 모아 주문하면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는 가게가 있다. 20~30장 쿠폰을 모을 정도면 정말 대단한 충성 고객인데, 잘해주면 다음에도 또 그만큼 시켜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싫은 기색을 내비친다? 장사 레벨 최하수라고 할 수 있다.
손님 입장에서도 입금 후에 친절한 게 더 낫다. 상황을 반대로 생각해보자. 입금 전에는 그렇게 친절하고 이모티콘과 하트를 남발하던 사장님이 입금 후에 무뚝뚝하게 변해버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돈 받았으니 볼 장 다 봤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물건이 제대로 나올지 어떨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반대로 입금 후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그나마 덜 걱정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새로 친해지는 사람, 이미 친한 사람, 누구에게 더 잘해줘야 할까? 당연히 이미 친한 사람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이야말로 가장 잘해줘야 할 사람이다. 당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누가 가장 큰 힘이 되어주겠는가? 대부분 가족이다. 아니면 가장 친한 친구라든가. 누가 되었든 수년간 쌓여 온 교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한쪽만 열렬히 좋아하는 연애는 오래가지 못한다. 한쪽이 잘 해주면 다른 쪽도 그에 맞게 잘 해줘야 한다. 즉, 당신의 마음에 ‘사랑’이 입금되지도 않았는데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호구라고 부른다. 반대로 당신에게 확실한 사랑을 보여줬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도 된다.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 쏟아부을 가치가 있다. 세상 그 누가 당신을 그토록 사랑하겠는가? 연애 사업 최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낌없이 사랑하자.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참고 : 주문제작 케이크 사장님의 입금 전과 입금 후,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