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고민) 시간이 지나면 이별의 슬픔도 차츰 나아지나요?

이별로 힘든 사람에게 많은 사람들이 건네는 조언이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는 말. 그래서 시간이 약이다 혹은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생각노트>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롤랑 브르트가 쓴 <애도 일기>에도 나오는 구절이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질까 생각해본다. 나는 아닌 것 같다. 롤랑 브르트의 말처럼 그저 예민함이 줄어들 뿐 슬픔에 관한 상처는 그대로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 언제쯤 슬픔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된다는 건 그저 한 사람의 슬픔을 하나의 질병으로 치부해버리는 거라 생각한다. 감기도 약을 먹고 푹 쉬면 낫듯이 슬픔도 그럴 거라고.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슬픔은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 텅 빈 거리를 걸을 때면 축 늘어진 그림자처럼 무겁게 따라다닌다.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슬픔이었지만, 이렇게 혼자 있을 때나 외로움과 서러움이 사무칠 때면 슬픔이 한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고통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슬픔이 잊혀진게 아닌 그저 평소 생활을 유지하려고 잠시 잊은 것 뿐이다. 예민함이 줄어들다가도 슬픔은 불현듯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도 슬픔을 떠올려 보면 이제는 시간이 지난 형태의 슬픔으로 괴롭다. 그저 시간에 바래져서 모양만 달라졌을 뿐 슬픔이 슬픈 건 여전하다. 이걸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느끼는 슬픔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거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다시 절망에 빠진다.

 

사는 게 복잡하고 번잡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걸 잊으려고 예민한 촉수를 내려놓고 슬픔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하는 것 같다.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쉽게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서럽게 느껴지더라도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는 걸, 그저 말을 안 하는 것뿐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된다.

 

참고 <생각노트>
참고 <애도일기>, 롤랑 브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