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이자 건강관리개선연구소 소장인 도널드 베릭은 환자 관리에 대한 분석 결과 10명당 1명의 환자에게 잘못된 처방이 내려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로 의료 결함으로 매년 수만 명의 환자가 의도치 않게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베릭은 엄격한 의료 프로세스 개선으로 사망률을 낮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베릭은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업계는 좀처럼 베릭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았다. 베릭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 이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2004년 12월 베릭은 업계 어느 총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담한 목표를 제시했다.
“18개월 동안 10만 명의 생명을 살리겠습니다!”
그리고 연설 자리에 의료 과실로 사망한 어린 소녀의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는 베릭의 캠페인이 3~4년만 일찍 시작했어도 자신의 딸이 살았을 것이라며 눈물 흘렸다.
이 연설로 의료업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릭의 연설이 있고 두 달 만에 1,000여 개의 병원이 의료사고를 줄이는 캠페인에 합류했다. 베릭의 개선안은 병원이 수십 년간 유지해야 하는 관행과 습성을 버려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지만, 많은 병원이 베릭의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겼다. 18개월 후 어떻게 됐을까?
이 캠페인에 등록한 병원들이 18개월 동안 불필요한 사망을 예방한 건수는 총 12만 2,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0만 명 이상의 사람을 살린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다.
베릭의 목표는 짐 콜린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언급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BHAG, Big Hairy Audacious Goal)’를 연상케 한다. 콜린스는 BHAG를 마음속에 그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10~30년짜리 대담한 계획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BHAG는 장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학계의 많은 연구는 대답하고 매력적인 장기목표가 혁신과 생산성에서 큰 도약을 이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매력적인 장기 목표가 사람의 행동을 이끌까? 왜냐하면, 크고 위험하고 대담하고 매력적인 목표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2004년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연구팀은 기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첨단 기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뒤 그 대가로 5달러를 지급했다. 그런데 5달러를 그냥 준 것이 아니라, 편지 한 통과 함께 봉투에 넣어서 주었다. 그 편지는 세계 어린이를 위한 기부 단체에 약간의 돈을 기부해 달라는 것이다. 다만 편지는 두 가지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1.
300만 명에 달하는 말라위의 어린아이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심각한 폭우로 잠비아는 2000년부터 곡물 생산량이 42% 감소했습니다. 그 결과 3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현재 400만 명(전체 인구의 1/3)의 앙골라인들이 고향 땅을 버리고 이주했습니다. 1,110만 명 이상의 에티오피아인에게 즉각적인 식량 원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2.
여러분이 기부하신 돈은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7세 소녀 로키아를 돕는 데 사용됩니다. 로키아는 매우 가난하며 끔찍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생명마저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 하나가 로키아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비롯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우리 어린이보호재단은 로키아의 가족,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그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며 기본적인 의료혜택과 보건교육을 할 것입니다.
첫 번째 형식의 편지를 읽은 사람은 평균 1.14달러를 기부했다. 하지만 두 번째 편지를 읽은 사람은 무료 2.38달러나 기부했다! 300만 명의 아이가 기아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치명적인 데이터보다 한 아이의 삶을 드러낸 편지가 더 사람을 움직인 것이다. 그 이유는 첫 번째 편지는 사람의 이성을 건드렸지만, 두 번째 편지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흄이 이미 ‘이성은 열정의 노예’라고 말했듯이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데는 감정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도널드 베릭의 연설을 떠올려 보라. 그는 대담하고 매력적인 장기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고 게다가 의료사고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연단에 세움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의 감정이 움직였을 때 이들은 결국 행동할 수 있었다.
당신에게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는 무엇인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지금부터 찾으면 된다. 간혹 사회적으로 성취를 이룬 사람 가운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꿈이 있었고 그 꿈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많은 위대한 사람은 어렸을 때 뚜렷한 목표가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수시로 변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다만 나중을 기약하지 말고 불완전하지만, 지금부터 자신의 장기 목표를 세워 보자. 후에 바뀔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목표를 향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기 목표에 접근할까?
첫째,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을 ‘왜’ 하는지 계속 물어보자.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왜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가? 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 왜 이 직장을 다니려고 하는가? 이런 식으로 ‘왜’를 붙여본다면 자신의 궁극적인 관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셋째, 인생의 마지막 대를 생각해 보자.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가? 당신은 어떠한 인생을 살았을까? 무슨 일을 하고 살았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은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가 있다. 그리고 그 길 가운데 하나가 제대로 된 교육과 공부라고 믿는다. 이 목표가 우리의 가슴을 매일 뜨겁게 하고 우리를 움직인다.
참고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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