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전화할 수 있다는 일본의 ‘바람의 전화’

일본의 이타루 사사키 할아버지는 죽은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바람의 전화’를 설치했다. 잘못 적은 것이 아니냐고? 이 전화는 ‘죽은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전화가 맞다.

 

 

2010년 당시 72살의 노인이었던 이타루는 사촌의 죽음 이후 너무나 큰 상실감을 느끼고 그와 다시 접촉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전화기를 설치했다. 자신의 정원에 흰색으로 페인트칠한 공중전화 부스를 놓고, 부스 선반 위에 다이얼을 돌리는 검은색 구식 전화기를 놓은 것이다. 물론 선은 연결하지 않았다. 이 전화기의 목적은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전화선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저는 제 생각들이 바람에 실려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바람의 전화’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죠.” -이타루 사사키, NHN과의 인터뷰에서

 

이타루는 일본 오스치 마을의 정원사이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타루는 사촌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을 수는 없지만 그는 바닷바람이 자신의 말을 전달해 줄 것이라고 믿었고 거기서 위안을 얻었다.

 

이타루의 정원에 있는 바람의 전화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다음 해인 2년 후였다. 2011년 3월, 쓰나미가 해변을 덮쳐 도호쿠 지역 사람들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 바람의 전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방문객이 소수에 불과했지만, 점차 그 수가 늘어 수백 명에 이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은 이타루의 사촌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 전화 부스에 들어가 쓰나미에 휩쓸려간 집의 전화번호를 둘러보기도 하고, 쓰나미로 희생된 부모와 남편, 아내, 형제자매, 사촌, 친구들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도 했다. 혼자 온 방문객도, 가족과 함께 온 방문객도 있었으며, 한 차례만 찾아온 방문객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방문객도 있었다. 방문객들은 때로는 아무 말도 안 했고, 때로는 최근 있었던 일들을 전부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이의 행복을 비는 말과 함께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답변을 듣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그들은 어쨌든 질문을 했다.” -<디지털 세계의 사후세계>, p. 38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바람의 전화를 찾는 사람들은 사실 아무 대답을 들을 수 없다. 그곳에는 죽은 사람의 추억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은 최소한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그 사람을 제대로 보내주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다. 바람의 전화를 다룬 HNK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미네야 이세야.. 너희한테 아빠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너희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어버지, 딱 하나만 여쭤보고 싶어요. 왜 꼭 돌아가셔야 했나요? 왜 아버지였나요? 왜 저였나요? 정말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왜 이런 일이 저한테 일어났나요?”
“네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 아이들을 두고 가서 많이 걱정되지? 하지만 모두 잘 있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 아들아 좋은 곳에 있기를 바란다. 다음에 또 전화하러 올께. 다음에 만나자.”

 

 

그들에게 이곳은 상실과 슬픔을 허락하는 아주 사적인 공간이 되었다. 검정색 전화기 옆에는 공책이 놓여있어서 사람들의 메세지도 남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쓰나미의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

 

“이 전화기는 선이 연결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전화기 반대편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상상한다. 저는 사람들이 이 전화기를 통해서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의 삶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 이타루 사사키

 

참고
<디지털 세계의 사후세계>, 일레인 카스켓
NHK 다큐멘터리 (https://youtu.be/B1OVPaGRszU)
<Japan’s Wind Phone Allows People To ‘Call’ Departed Loved Ones>, ,elitereaders

 

written by 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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