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생겼다는 실제로 있는 학과

요즘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유튜버라고 한다. 이는 유튜버가 되고 싶은 욕망과 수요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공급이 발생할 차례다. 그래서 유튜버를 양성한다는 학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에서도 유튜브 학과를 만들었다. 한 4년제 대학에서 작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학과를 나와도 성공하는 유튜버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유튜버가 아니라 편집자에 머물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1) 유튜버의 전문성에 대한 오해

 

학과 설명을 보면 촬영, 편집, 방송 시스템 구축에 대하여 가르쳐 준다고 쓰여 있다. 한번 잘 생각해보자. 이런 걸 꼭 알아야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 반대로 지금 잘나가는 유튜버는 이러한 전문 지식을 알고 있을까?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골드 버튼을 받은 유튜버는 백종원 대표다. 이 사람이 영상 편집을 할 줄 알까? 유튜버 ‘침착맨’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말년은 어떨까? 그 또한 따로 영상 편집자를 두고 있다. 영상을 전혀 다룰 줄 몰라도 잘나가는 유튜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유튜버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백종원의 요리 지식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유튜브가 잘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보는 예능 채널도 은근히 전문성이 있다. 개그 채널인 ‘흔한 남매’의 경우 출연진이 원래 개그맨 출신이었다. 남을 웃기는 거로는 프로였던 셈이다. 하지만 영상 편집을 배우면 유튜버가 되지 못한다. 대신 편집자가 된다. (예외가 있다면, 영상 편집하는 방법을 콘텐츠로 만들면 된다)

 

오히려 유튜브는 영상 편집을 할 줄 몰라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봐야 한다. 과거였다면 크고 복잡한 방송 장비를 다뤄야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지만, 유튜브는 휴대폰만 있으면 영상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 정도는 대학에 가지 않고 집에서 유튜브로 보고 배워도 1주일이면 할 수 있을 정도다. 전문성이라고 부를 진입 장벽이 1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진짜로 유튜버를 양성하고 싶다면 오히려 글쓰기나 마케팅을 더 깊이 있게 가르치는 게 맞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영상 편집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 유튜브는 복잡계다

 

유튜브는 전형적인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복잡계에서는 노력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예측도 거의 불가능하다. 실력보다도 운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무슨 수로 가르칠 수 있을까? 국내 유일의 유튜버 전문 양성 학과라는데, 여길 나와도 성공하는 유튜버가 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만약 4년 동안 등록금 꼬박꼬박 내고 졸업장 받아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1년 동안 구독자가 500명도 안 된다면 어쩔 텐가? 그럼 졸업장 환불이 되나? 학비를 돌려줄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진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학과의 교수라면 본인이 최소 골드 버튼 이상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교수님들도 실버 버튼 하나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런 곳이 복잡계다.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확실한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잘 돼도 ‘왜 잘 되는지’ 사후 분석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심지어 사후 해석조차 틀릴 때가 많다. 그런데 무슨 수로 성공하는 유튜버를 양성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인데 말이다.

 

만약 그런 게 아니라 영상 편집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거라면 ‘유튜버 학과’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 방송 학과나 영상 학과가 더 어울린다. 유튜버 학과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최소한 복잡계가 무엇이고, 복잡계에서 성공하는 전략을 알려줘야만 한다.

 

3)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그럼 복잡계에서 성공하는 전략이 있을까? 꾸준히 많이 만드는 것밖에 없다. 뭐가 빵 터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 빵 터질 때까지 꾸준히 만드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에 성공한 크리에이터들도 모두 이러한 전략을 사용했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모차르트도 35살에 요절할 때까지 무려 626편의 곡을 썼다. 그중에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명곡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 뭐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데, 이걸 주업으로 삼는 게 타당할까? 절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유튜버는 취미나 부업으로 삼는 게 최고다. 내가 좋아하고 취미로 삼는 분야를 꾸준하게 다루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영원히 조용히 묻힐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취미로 하는 일이니, 타격도 없고 내적 동기도 충만할 수 있다. 그러다 터지면 좋은 거다. 터질 걸 예상하고 시작했다가는 쪽박차기에 십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진입 장벽도 낮고, 성공을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돈 주고 유튜버 되는 법을 배울 생각은 하지 말자. 차라리 지금 당장 휴대폰으로 동영상 하나 촬영해서 어플로 뚝뚝 잘라 편집해 영상을 올려보자. 그 순간 당신도 유튜버가 된다. 그걸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성공할 ‘수도’ 있다.

 

참고 : 작년부터 새로 생긴 실제로 있는 학과.jpg, 더쿠